장애인단체를 향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탑승 시위는 수백만 서울시민을 볼모로 잡는 비문명적 불법시위라는 것이 이준석 대표의 시각이다.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이 무릎을 꿇은 사과에도, 김 의원이 대변인이나 비서실장이 아니기 때문에 대신 사과는 맞지 않으며, 자신을 향한 비판이 오히려 장애인단체의 시위를 성역화하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공감 능력의 부족이다. 시위가 끝나 열차가 이동하길 바라며 묵묵히 기다리는 시민들 만큼의 인내심이나 이해심도 찾아보기 어렵다. 장애인단체 시위를 악마화해 시민 권리자의 수호자로 나서려는 정치적 계산만 빤히 보인다.

장애인단체의 탑승 시위는 이준석 대표의 주장처럼 대선을 기점으로 생겨난 것도, 윤석열 당선자에게 억지를 쓰기 위한 수단도 아니다. 2017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 리프트에서 떨어져 숨지면서, 지하철역에 승강기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시위의 발단이다. 이 당연한 요구를 정치권은 선거때만 되면 생색을 내다가 선거만 지나면 예산 등 온갖 핑계를 돼, 흐지부지 되기를 반복했다.

정치인이라면 시위가 생겨난 이유를 먼저 짚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박원순 시장 때는 말하지 않다가 왜 윤석열 당선인에게 요구하냐는 항변. 이게 갈라치기다. 시위가 불법이라는 주장만 해도 그렇다. 줄지어 탑승하는게 열차 운행을 지연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해서 공권력을 이용해서 강제 해산시킬 불법이라 것은 장애인단체를 악마화해야겠다는 생각을 앞세운 결과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갈라치기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이번만이 아니다. 페니미즘 논쟁을 이끌며 소위 20대 남자를 자기편으로 만든 젠더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20~30대와 60대가 40~50대를 고립시키자는 세대포위론도 국민의힘에서는 선거전략이라고 불렀지만, 세대갈등을 키워 선거에 이용하려는 비난받아야 할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갈라치기에는 악마화되는 대상과 피해자 이분법 잣대만 존재한다. 젠더갈등에서는 20~30대의 여성들이 남자들의 기회를 뺏는 집단이 됐으며, 세대포위론에서는 40~50대가 이념에 찌든 586 운동권 세대로 규정됐다. 장애인단체는 수백만 시민을 볼모로 잡는 세력이 됐다. 그래서 여성가족부를 해체하고, 40~50대를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고, 장애인 시위에 경찰을 불러서 막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인이 갈등을 만들어내고 키워 정치적 위상을 높이려는 나쁜 정치,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의 정치방식이다.

정부 출범을 앞둔 윤석열 당선자가 국민화합을 부쩍 내세우고 있다. 박빙의 차이로 끝난 대선 결과와 압도적 여소야대 정국에서 일방적인 정국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계산도 있다. 또 당선자에게 가장 바라는 점이 화합과 협치라는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여하튼 어떤 이유이든 국민화합을 위한 정부가 되겠다는 포부는 높이 살 일이다. 그러나 두고 볼 일이다. 남녀를 가르고, 세대를 분열시키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 정치적 위상을 키우려는 정치인을 여당 대표로 두고, 다음 정부가 국민화합에 나선다(?), 별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김예지 의원의 사과 발언에 대변인이나 비서실장도 아닌 사람의 사과라고 폄훼한 것도, 본인의 장애인단체 시위에 관한 주장은 국민의힘 대표로서 발언이었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다. 그런 당대표가 사과 한마디 없이 연일 사회적 갈등을 키우는 현실에서, 윤석열 당선자 인수위가 시위 장애인단체를 찾은 행보는 진정성을 제대로 평가받기 힘들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당선자가 강조한 국민화합을 추진하려면, 번번이 갈라치기로 정치적 위상을 키워온 이준석 대표체제로는 힘들다. 국민을 편가르는 정치인은 퇴출돼야 한다. 국민화합을 우선하겠다는 대통령 당선자, 국민은 분열시키고 갈라치기에 능란한 여당 대표, 이 조합에서 성과를 기대한다는 건 성립될 수 없는 과욕이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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