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는 지난 3월30일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임대차3법 폐지축소 반대 및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참여연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무주택 서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임대차 3법을 축소 또는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수위는 임대차 3법이 전월세 가격 폭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불충분하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수위에서 임대차 3법을 폐지하겠다 또는 대폭 축소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러면 아마 임대차 시장에 대단한 혼란이 올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고,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도 “느닷없이 제도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건 명백한 세입자 주거권 침해이자 30년 전 주거 불평등 사회로 되돌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인수위는 임대차 3법 폐지와 함께 민간임대등록과 민간임대주택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임대사업자, 다주택자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뿐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임차인 보호와 시장 안정을 목표로 한 임대차 3법은 ▲2년의 임차 계약 후 1회에 한해 추가 2년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증액 상한을 이전 계약의 5% 이내로 제한한 전·월세상한제 ▲계약 30일 이내 관련 정보를 신고하도록 하는 전·월세신고제로 구성돼 있다.

임대차 3법은 올해 8월에 시행 2년이 된다. 시행초기 임대인들은 재산권 침해라는 이유로 반발했고, 시장에 전세 매물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하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법의 미비점도 있었다.

그러나 2년마다 이삿짐을 싸야했던 세입자들은 2년 더 임대기간을 연장해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가질수 있었고, 이사에 따르는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또, 임대료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우려를 다소나마 줄일 수 있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전국, 서울 전체 주택과 아파트 모두 급격하게 상승하던 전월세 가격은 임대차법이 개정된 2020년 7월 이후 일정 정도 완화됐다. 또, 국토부에 따르면, 임대차법 개정이후 세입자들의 갱신청구권 사용으로 계약갱신율이 높아졌고, 갱신계약의 77% 이상이 임대료를 5% 이하로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44%가 세입자인 우리나라에서, 임대차 3법은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최소한의 규칙이다. 인수위가 임대차 3법을 손봐야 한다면, 법의 폐지나 축소가 아닌 주거 불안을 겪는 세입자의 주거 안정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임대차 3법으로 혼란스러웠던 전월세 시장의 질서가 조금씩 잡혀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윤석열 당선자와 인수위는 임대시장을 또다시 혼란에 빠뜨리고, 주거불평등을 촉발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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