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3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다중접이 전자기기’라는 제목의 특허를 등록했다. 이제까지 출원한 접이식 단말기와 관련된 특허는 갤럭시Z 폴드나 Z 플립처럼 접는 것을 기본으로 했지만, 이번에 특허등록이 된 단말기는 이전과는 형태와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새로운 특허에 탑재된 디스플레이는 접을 수도 있고,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단말기의 밑면을 잡아당기면, 디스플레이 크기가 세로로 2배 가량 늘어난다.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새롭게 선보일 스마트폰으로 추정되는 코드명 ‘N4’는 돌돌 말거나 두 번 접을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일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LG전자는 지난해 12월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폴더블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차량용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바깥으로 접히는 아웃 폴딩 방식을 적용해, 운전자가 필요에 따라 디스플레이를 뒤로 접었다가 펼 수 있도록 했다. 화면을 펼치면 디스플레이 크기가 2배로 커진다.

이처럼 디스플레이는 접거나 돌돌 말거나 늘릴 수 있는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을 하고 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다. 화면을 접지 않아도 사용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 굳이 이런 기술들을 개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접고, 말고, 늘어나는 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는 휘거나, 접거나, 돌돌 말거나, 늘리는 등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는데, 이를 통칭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라고 한다. 구부렸다 펼 수 있는 것은 벤더블, 폴더폰처럼 접을 수 있는 것은 폴더블,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 수 있는 것은 롤러블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한층 발전해 고무줄처럼 신축성이 있어 화면이 탄력적으로 늘어나는 디스플레이도 있는데, 이를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Stretchable Display)’라고 부른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화면을 꾹 누르면 움푹 들어갔다가도 다시 평평한 화면으로 돌아오는 등 신축성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자유자재로 늘어나 자유로운 형태로 변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OLED 디스플레이 진화의 최종단계라고도 한다. 향후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변신을 거듭해, 궁극적으로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화면이 유연하게 늘어난다는 점을 바탕으로 활용도가 높고, 다양한 기술 및 산업과 접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용이하다. 헬스케어 분야를 예로 들어보자.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특정질환이 있는 환자와 영유아, 노약자를 위한 헬스케어 제품으로 응용될 수 있다. 탄력적으로 늘어나는 디스플레이를 피부와 옷에 밀착한 후 생체정보를 측정하고 화면에 띄울 수 있다면, 보다 쉽고 편리하게 건강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무줄처럼 신축성이 있어 화면이 탄력적으로 늘어나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Stretchable Display)’를 차 유리 또는 차량 내부의 굴곡진 면에 활용할 수 있다면, 도로 관련 정보를 띄우거나 뒷자리 동승자를 위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화면 등으로 응용할 수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의 유연성이 확보되면 일종의 섬유처럼 사용할 수도 있는데, 이 디스플레이를 특수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작업복으로 활용한다면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차 유리 또는 차량 내부의 굴곡진 면에 활용할 수 있다면, 도로 관련 정보를 띄우거나 뒷자리 동승자를 위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화면 등으로 응용할 수 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콘텐츠 분야에서도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 ‘해리포터’를 보면, 종이신문에 실린 사진이 마치 동영상처럼 재생되는 장면이 나온다. 판타지 속에서만 가능한 마법인 것 같지만,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고도로 발달할 경우 이것이 현실에서 가능해질 수 있다. 현재는 딱딱한 하나의 화면에서 콘텐츠를 감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신문처럼 얇고 고무처럼 말랑한 디스플레이가 나온다면 콘텐츠의 특성에 맞춰 더욱 생동감 있는 화면을 송출하고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도 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폰과 TV에서 접거나 마는 화면을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기술력과 디자인의 혁신을 강조하려는 의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형태로 변모할 디스플레이에 대중이 친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접거나 펴거나 늘어나는 화면에 차차 익숙해지고 디스플레이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사용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더욱 쉽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기술이 주는 편리함도 금세 깨닫게 된다. 이러한 사용자들의 경험이 뒷받침되면, 보다 다양한 혁신 제품이 등장해 시장에 어필하기도 수월해진다.

◇투자와 관심…기술 혁신만큼 중요=우리나라는 2004년 일본을 제친 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해 온 디스플레이 강국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며 이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LCD와 OLED를 포함한 전체 디스플레이 매출액 점유율에서 중국이 40%를 기록하며 우리나라의 점유율(33%)을 앞질렀다. 지난 2월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다양한 폴더블폰을 선보였다. 현재 제품 완성도는 삼성전자가 앞서지만,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디스플레이 기술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세제 혜택, 인력 양성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은 부족하다.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 혁신인재 성장 지원사업’에 총 11개의 국책과제가 선정됐지만, 디스플레이 관련 국책과제는 1건도 채택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수출액은 약 214억 달러(약 26조4000억원)에 달한다. 전년도인 180억 달러(약 22조2000억원)보다 약 19% 증가했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현재 중국에서 막대한 투자와 인력 지원을 바탕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디스플레이는 반도체, 자동차를 비롯해 국내 제조업을 지탱하는 중요한 산업이며, 향후 다양한 분야와 접목해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킬 가능성까지 무궁하기에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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