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삼국지는 정사(正史)로서 한(漢)나라 말기 전국이 위오촉(魏吳蜀) 세 지역으로 갈려서 쟁패를 가누던 삼국시대의 역사를 다룬 역사서다. 삼국지에서 ‘뜻 지(志)’자는 ‘뜻’이라는 뜻이 아니라 ‘기록’이라는 뜻으로 삼국지는 ‘삼국의 기록’이라는 의미다.

반면에 삼국지연의에서 연의(演義)는 역사 사실이나 전하는 이야기에 근거해 풀어썼다는 의미다. 고대 중국 장편소설의 한 체제이기도 한데, 이때 ‘연(演)’자는 ‘풀어나간다’는 뜻이고, ‘의(義)’자는 흔히 ‘옳을 의’자로 풀이하지만, 여기에서는 ‘뜻 의(意)’자의 의미다. 그러므로 삼국지연의는 삼국의 기록[志]에 나타난 의미를 허구적으로 풀어쓴 것이라는 뜻의 소설이다.

즉, 삼국지와 삼국지연의의 차이는 역사와 소설의 관계로서 역사는 있던 사실을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면, 소설은 있을 법한 이야기를 허구의 형식으로 꾸며 엮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하남성 허창(許昌)의 조승상부(曹丞相府)에 있는 조조 석상이다. 천하통일을 염원하던 조조의 기상이 느껴진다.<사진제공=문승용 박사>

그러므로 삼국지는 정사로서 조조(曹操)의 위(魏)나라를 정통왕조로 삼아 서술하고 있지만, 촉(蜀)나라를 세워 황제에 올랐던 유비(劉備)를 ‘앞선 주인’이라는 뜻에서 ‘선주(先主)’로 기술하고, 그의 아들 유선(劉禪)은 후주(後主)라고 불러서 촉나라를 ‘반란의 무리’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실제 역사에서 조조의 위나라를 정통으로 인정하는 진수의 역사관에 의거한 것이다.

그런데 소설인 삼국지연의에서 조조를 깎아내리고, 유비를 주인공으로 삼아 한(漢) 황실을 부흥시켜 삼국을 통일하고 했던 염원을 실현하고자 분투하는 내용으로 그리고 있는 이유는 나관중이 살았던 명(明)나라의 이전 왕조인 몽골의 원(元)나라가 말살했던 한(漢) 문화를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했던 명나라의 시대 상황을 반영하려는 의식 때문이었다.

시인(詩人)이기도 한 조조는 당시 삼국으로 나뉘어 싸우던 어지러운 시대를 종식시키고자 하는 내용의 시를 여러 편 썼다. 그 가운데 ‘단가행(短歌行)’이라는 시의 마지막 행에 “산은 높기를 꺼리지 않고, 바다는 깊기를 꺼리지 않는다. 주공(周公)이 먹던 음식도 토해둔 채로 인재를 맞으러 나서니, 세상이 모두 하나가 되네(山不厭高, 海不厭深. 周公吐哺, 天下歸心)”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본디 산이 제아무리 높더라도 더 높아지는 것을 꺼리지 않고, 바다가 제아무리 깊다고 하더라도 더 깊어지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고 한 것은 당시 조조 진영에 이미 많은 인재가 모여 있지만, 높은 산이 더욱 높아지기를 바라고 깊은 바다가 더욱 깊어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조조가 자신의 주변에 더 많은 인재가 모여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읊은 것이다.

이어서 공자(孔子) 역시 가장 흠모했던 인물인 주공(周公)의 토포악발(吐哺握髮)이라는 고사를 들고 있다. 토포악발이란 ‘먹고 있던 것을 뱉고(吐哺)’ ‘감고 있던 머리를 부여잡고서(握髮)’ 인재를 맞으러 갈 정도로 인재를 아꼈다는 말이다. 식사하는 중이거나 머리를 감고 있을 때 인재가 찾아올 경우 주공 정도의 신분이라면 잠깐 기다리라고 해도 될 것인데, 혹시 인재가 자기를 무시한다고 여기고 그새 그냥 가버릴까 싶어서 먹던 것을 뱉거나 감던 머리도 부여잡고 황급히 나가서 맞이하였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이처럼 주공이 인재를 아꼈듯이 조조 역시 인재를 맞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중국 하남성 허창(許昌)의 조승상부(曹丞相府)에 있는 벽화다. 조조가 천하통일을 염원해 지은 ‘너른 바다를 바라보며(觀滄海)’라는 시를 형상화한 것이다.<사진제공=문승용 박사>

한번은 서주(徐州)의 전투에서 조조와 유비가 싸우다가 유비는 도망가고 관우(關羽)가 유비의 부인과 아녀자들을 보호하느라 조조에게 생포된 적이 있었다. 이때 조조는 평소 눈여겨보고 있었던 관우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여포(呂布)가 타던 적토마를 선물로 주고 매일 잔치를 베풀어서 관우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하였지만, 결국 관우가 다섯 성문에서 자신의 길을 막아섰던 여섯 장수의 목을 베고 유유히 탈출을 한다. 이때 아녀자들과 함께 달아나는 관우를 죽이라고 조조가 명령할 수도 있었지만, 다음 기회에라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서 그냥 돌려보낸 일이 있다. 이것을 과오관참육장(過五關斬六將)이라고 한다.

210년에 조조는 인재를 널리 구한다는 내용의 ‘구현령(求賢令)’을 공포했다. 어질고 청렴한 자가 아니어도 오로지 능력이 있는 인재라면 등용하겠다는 요지였다. 가문이 훌륭하거나 예의와 덕행이 고상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잣대보다는 오로지 인재의 능력만을 보고 선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인재의 도덕성보다는 능력만을 유독 중시하던 조조의 인재관 때문에라도 이후에 조조가 인정받지 못했던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다음 정부에서 임명할 인사들을 한창 물색하고 있을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려면 당연히 청렴한 도덕성과 뛰어난 능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이제껏 겪어온 선례를 보면 안타깝게도 인사청문회에 나서는 인사 가운데 여러 조건을 두루 갖춰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인사는 우리 사회에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무쪼록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인사가 두루 발탁되기를 기대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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