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중국 내 협력업체에 제공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수급사업자로부터 타사의 기술자료를 전달받아 중국 내 협력업체에게 제공하고,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에서 정한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삼성SDI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억7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SDI는 2018년 5월 중국 내 법인에 부품을 납품할 예정이던 중국 현지업체에게 기술자료를 제공했다. 이것은 국내 수급사업자인 A사가 보유하고 있던 다른 사업자 B사의 기술자료였다. 

삼성SDI는 이에 대해, 수급사업자인 A사가 작성해 소유한 기술자료를 취득한 경우에만 하도급법 적용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하도급법의 목적, 법 문언상 의미, 다양한 거래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란 수급사업자가 작성한 기술자료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고, 수급사업자가 보유한 기술자료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무엇보다도 원사업자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방지하고자 하는 하도급법 취지를 고려하면 수급사업자가 소유한 기술자료로 좁게 볼 필요가 없고, 이러한 행위가 중소업체들의 기술혁신 의지를 봉쇄함으로써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급사업자가 보유한 기술자료까지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와 별개로, 삼성SDI가 2015년 8월부터 2017년 2월까지 8개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 16건을 요구하면서 사전에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기술자료를 통해 다른 부품 등과의 물리적·기능적 정합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봤지만, “법정 사항에 대해 사전 협의해 기재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수급사업자가 직접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업자를 통해 보유하게 된 기술자료도 법상 기술자료 요건에 해당한다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로 판단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급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로부터 제공 받아 ‘보유한 기술자료’ 또한 하도급법 보호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고, 그러한 기술자료를 취득해 유용한 행위가 위법이라는 위원회의 인식을 분명하게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수급사업자 보유의 기술자료에 대한 원사업자의 부당한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