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se mechanism-넙덕이 선인장’, 2019, 25×20×30(cm), Stainless steel, FRP, 아크릴도장, 시멘트.

우리는 누구나 현실에서 느끼는 권태, 두려움, 고독함, 불안 등을 지니며 살아간다. 그것을 타자에게 들킬까 봐 연출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공격적인 자세로 나오기도 한다. 홍종혁 작가는 이러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조각은 시각적 표현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심리적인 인간의 내면에 관하여 아주 조심스레 말을 건네고 있다.

홍종혁 작가는 ‘선인장’을 매개로 인간이 현실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나약함을 자신만의 표현방식과 의지로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표현하는 다가가기 힘든 뾰족한 선인장 내면에는 안정적인 모습의 이상향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작가는 방어기제라는 역설을 통해 자신을 위로한다. 이러한 작가의 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 거부감 대신 공감을 선사한다.

‘Defense mechanism-친구 선인장’, 2017, 20×20×50(cm), Stainless steel, FRP, 아크릴도장.

작가의 의지에는 방어기제의 공격적인 뾰족한 가시와 함께 어딘가 무딘뿔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의 뿔을 통해 자아(EGO)를 이야기한다. 

뿔은 차가운 금속의 선인장 가시와 차갑고 단단한 금속 내면에 숨겨진 작은 위로의 모습, 그 경계 어디쯤 위치하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자존심이나 고유한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는 자아의 의지일 수도 있겠다. 작가는 이러한 방향 속에서 동시에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방어의 성향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처럼 작가는 ‘왜 공격적이어야 하는 것인가?’, ‘무엇 때문에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를 우리 자신에게 되묻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로 하여금 자신이 작품을 통해 던진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을 요구하는 대신 스스로 생각하도록 만든다. 결국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외부로부터 억압받으며 자아의 정체성이 흔들릴 때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나타나는 뿔인지, 억압을 이겨내려 타인을 공격하기 위한 가시인지 자신도 알지 못한 채, 흘러내리는 뿔(자아의 흐트러짐)의 경계에서 고뇌하고 있다.” (홍종혁 작가노트 중,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사무국장 김종원 ‘전시서문’ 중 발췌, 작가노트 정리=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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