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 수출 중소기업인 R사는 지난 2012년 이라크 석유부 산하의 한 공기업과 미화 345만달러의 철강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8월 선적을 완료했다. 잔금 80만달러를 회수할 일만 남았다.

하지만 화물이 이라크 움카스르 항만에 도착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이라크 수입자는 이해할 수 없는 사유를 들어 화물인수를 지연시켰다. R사는 참다못해 지난해 12월 현지 화물보관료와 통관사 고용비 등 30만달러를 지급하고 수입자가 진행 중인 공사 현장까지 인도해줬다.

그러나 R사는 최근 수출계약을 도와준 현지 이라크 에이전트부터 수출포장리스트와 실제 제품이 다르다는 이유로 잔금지급을 못하겠다는 바이어의 입장을 전해 듣게 됐다.

R사는 궁리 끝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KOTRA 바그다드무역관에 도움을 요청하고 직원을 급파했다. 무역관은 작년 한-이라크 포럼 등의 행사를 통해 이라크 석유부와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어놓은 직원을 긴급 배치해 미수금 문제를 해결토록 했다.

결국 현장 화물검사를 한 후 이상 없으면 잔금을 지급키로 합의해 문제는 해결됐다. KOTRA는 이에 대해 중간에서 이 모든 것을 연결해주는 현지 바이어의 농간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이 어려움에 빠질수록 에이전트의 수수료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바이어와 짤 수도 있지만 에이전트 단독의 농간으로 피해를 당할 수 있는 전형적인 사례다.

KOTRA(사진)가 24일 개최한 ‘buyKOREA를 활용한 온라인 수출마케팅 설명회’ 자리에서는 다양한 수출사기의 징후와 특징이 소개됐다.   ©중기이코노미

이처럼 해외무역을 하는 과정에서 각종 사기로 인해 피해를 보는 수출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은 끊이지 않고 있다. 24일 KOTRA가 개최한 ‘buyKOREA를 활용한 온라인 수출마케팅 설명회’ 자리에서도 다양한 수출사기의 징후와 특징이 소개됐다.  

◆현지 시장규모·수요와 동떨어진 대량주문으로 유혹=정상적인 바이어는 소량의 샘플 오더를 시작으로 점점 주문량을 늘려나간다. 그러나 국제 무역사기단은 처음부터 과장된 수량을 내세워 대량주문을 암시하며 현지사정에 어두운 국내 수출기업을 현혹한다. 바이어가 상품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대량주문을 서두를 경우 무역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인 거래조건보다 수출자에게 유리한 조건 제시=수출자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경우 무역사기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처음엔 수출자에게 선적 전 100% 사전송금 등 수출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지만, 추후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바꾸거나 대금지불을 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를 야기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가격이나 거래조건과 차이가 클 경우 무역사기일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거래를 진행해야 한다.

◆제품 선적을 독촉하고 거래조건을 수시로 바꿔 혼란 야기=수출자를 불안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것 역시 전형적인 수법이다. 처음엔 거래조건을 수출자에게 유리하게 제시해 현혹한 뒤, 특수한 사정이나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선적을 독촉한다. 이 과정에서 불리한 조건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선수금 결제 후 상품 도착 시 대금지불 회피=오더 수량을 높게 설정한 뒤, 일부 금액을 순수금 결제로 정상 거래해 신뢰감을 주고 상품이 도착한 후에는 대금지불을 회피하거나 연락을 끊어버리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잘 모르는 바이어의 경우 취소불능 확인신용장 등의 안전한 결제조건으로 거래하고, 부득이 하게 T/T(무통장 타행송금) 방식을 사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전체 물품대금의 50% 이상을 선수금으로 요구하는 것이 안전하다.

무역사기 예방 십계명

<자료=KOR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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