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올해 하반기부터 새벽배송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올해만 풀필먼트 센터 6곳을 신설한다. 풀필먼트란 상품 판매자의 물류 업무를 물류전문업체가 대행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네이버는 풀필먼트 센터를 바탕으로 ‘내일도착’이 가능한 상품군을 넓히고, 당일배송 및 새벽배송을 차례대로 시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사의 인공지능 솔루션인 ‘클로바 포캐스트’를 통해 물류 수요 예측을 고도화한다. 자사 배송 인프라가 없는 대신 CJ 대한통운과 협업을 꾀하고, CJ 대한통운의 무인로봇(AGV) 등 스마트 물류기술 실험을 진행한다.

최근 11번가는 롯데마트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11번가 장보기 서비스에서 롯데마트의 신선식품과 생필품, 밀키트, 롯데 단독상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현재 11번가 장보기 서비스는 이마트몰, 홈플러스, GS프레시몰 당일배송 서비스와 SSG닷컴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롯데마트 당일배송 서비스가 추가됨에 따라, 11번가는 국내 대형마트 모든 장보기 서비스를 한 번에 선보이게 됐다.

이밖에도 많은 유통 관련 기업들이 새벽배송에 뛰어들었다. 인터파크는 지난 2월 신선식품 전용관 ‘파머스 파크’를 오픈하고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G마켓과 옥션은 3월부터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서울 일부 지역에 한해 새벽배송을 개시했다. 최근 정육각이 국내 1세대 유기농 브랜드인 초록마을을 인수함에 따라, 초록마을도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했다. 새벽을 다투는 기업들의 전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새벽배송은 어떻게 일상이 됐을까=새벽배송은 2015년 마켓컬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배송서비스다. 새벽배송이란 말 그대로 전날 주문한 상품을 다음 날 아침 6~7시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밤 늦게 주문하더라도 다음날 아침이면 원하는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빠른 배송은 유통가에서 큰 화제로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도 익일배송을 넘어 당일 또는 새벽배송이 가능한 ‘로켓 와우’로 진화했다. 이제 새벽배송은 많은 이들에게 제법 익숙한 배송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며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각종 생필품과 신선식품을 새벽배송으로 받고자 하는 수요는 더욱 늘어났다. 이렇게 성장한 새벽배송 시장은 오프라인에서만 판매가 이뤄지던 지역 빵집이나 고급 레스토랑의 코스요리까지 새벽배송으로 보내주는 등 배송 범위를 크게 넓혔다. 새벽배송이 오프라인 시장의 판로를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교두보 역할을 한 셈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내 새벽배송 시장은 2020년 2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2023년까지 11조9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빠른 배송이 소비자 구매 촉진과 만족도 향상으로 직결된 것이다. 이러한 시장성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새벽배송 지역을 넓히거나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과연 편리하고 당연한 서비스일까=그러나 새벽배송 사업이 마냥 유통의 혁신이자 해답인 것은 아니다. 새벽배송은 시장 성장성은 높지만 수익을 담보하기 매우 어려운 사업영역이다. 거대한 물류창고는 기본이고 냉동식품을 보관할 창고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판매량 분석 및 예측, 배송 준비와 관리를 위한 인공지능 시스템이 필요하다. 야간에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인건비도 주간보다 더 많이 든다. 신선식품을 다룰 경우 폐기율도 고려해야 한다.

수많은 기업들이 뛰어들며 새벽배송 시장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대기업마저 새벽배송으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특히 새벽배송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정작 업계 노동자들이 처한 고충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심지어 수많은 기업들이 뛰어들며 새벽배송 시장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새벽배송을 대표하는 컬리와 쿠팡은 적자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BGF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 식품 판매기업 헬로네이처와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은 실적 악화를 이유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대기업마저 새벽배송으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새벽배송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정작 업계 노동자들이 처한 고충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미 2007년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는 야간근로를 2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하지만 새벽배송을 위해 밤샘 근무를 하다가 쓰러진 택배 노동자가 숨졌다는 소식이 여전히 들려오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야간근로는 밤 10시 이후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이뤄지는 근로를 일컫는다.

그런데 현행법에서 노동자의 건강을 고려해 야간노동 시간을 제한하는 조항은 없다. 근로기준법 제56조 3항은 ‘사용자는 야간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야간노동의 수당에 관한 이야기일 뿐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할 목적으로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70조 1항은 ‘사용자는 18세 이상의 여성을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 및 휴일에 근로시키려면 그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이며 2항은 ‘사용자는 임산부와 18세 미만자를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 및 휴일에 근로시키지 못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항이 대부분의 택배 및 운송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특수고용 노동자로 일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이들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더불어 야간노동을 제한하면 임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의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야간노동을 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인지를 골고루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힘들며,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제도적인 측면에서 개선점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제 아무리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한들 여전히 ‘그림의 떡’으로 느끼는 이들도 존재한다. 새벽배송 서비스는 주로 수도권과 광역시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공화국’이라는 오명처럼 비수도권은 서비스 가능 지역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곧 지역 간 생활서비스 격차로 이어진다. 최근 기업들이 점점 배송 가능지역을 넓혀가고는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편의, 경쟁…밤 지새우는 세상 오다=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레드 퀸의 손을 잡고 숲 속을 달린다. 하지만 아무리 달려도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처럼 느낀다. 앨리스가 그 이유를 묻자 여왕은 이렇게 답했다. 

“여기서는 온 힘을 다해 뛰어야 겨우 제자리에 머물 수 있어. 만약 더 앞으로 나가고 싶다면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는 빨리 뛰어야 한다.”

‘레드 퀸 효과’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꾸준히 달려야만 하고,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보다 훨씬 더 빨리 뛰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저성장 시대, 기업들의 끊임없는 경쟁은 어느덧 새벽의 촌각마저 다투는 상황으로 번졌다.

고객의 편의, 기업의 성장, 노동자의 고충, 지역 간 격차 이 모두를 해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새벽배송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운영함에 있어 더 나은 방법은 없을지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개선점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우리 사회 모두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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