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중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하는 4%대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p 인상했다. 

아울러, 26일부터 금융중개지원대출 중 상시 지원 프로그램의 대출 금리도 연 0.50%에서 연 0.75%로 인상하기로 했다. 다만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의 대출 금리는 연 0.25%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한 대응을 목적으로 기준금리를 크게 인하한 바 있다. 2020년 3월 당시 1.25%였던 기준금리를 0.75%까지 내렸고, 같은 해 5월에는 0.50%까지 인하했다. 

이후 기준금리는 1년 3개월만인 2021년 8월 0.75%로 올랐고, 뒤이어 지속적인 인상 단계로 접어들었다. 올해 1월에는 1.25%로 올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1년10개월만에 복귀했다. 

기준금리 인상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최대 변수로 꼽혔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도 기준금리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금통위는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및 공업제품 가격의 상승폭 확대, 개인서비스 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4%대 후반으로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분기 2.5%에서 4분기 3.5%로 크게 뛰어오른 뒤, 올해 1분기에는 3.8%까지 올랐다. 월별로 보면 2월까지 3.7%였으나 3월들어 4.1%까지 치솟은 뒤, 4월에는 4.8%를 기록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을 4%대 중반으로 내다본 한은의 전망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4.7%)이후 14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세계적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금통위는 이 밖에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내린 배경에 대해 밝혔다. 

세계경제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조치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됐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요국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미 달러화가 상당폭 강세를 나타했다. 주가는 위험회피심리가 강화되면서 큰 폭 하락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의 방역조치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내경제의 경우 회복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가 글로벌 공급차질에 영향받아 조정을 지속하고 수출이 둔화됐지만, 민간소비가 사회적 거리두기해제의 영향으로 빠르게 회복됐다.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증가가 이어지는 등 개선세를 지속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성장세 둔화로 수출 증가세가 낮아지겠지만 민간소비 개선에 힘입어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중 GDP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3.0%)를 다소 하회하는 2%대 후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큰 폭 상승했고 주가는 하락했으며, 장기시장금리는 상당폭 등락을 이어갔다. 가계대출은 소폭 증가로 전환했고 주택가격은 보합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시기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