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앞 용산공원에 설치된 경청 우체통 <사진=뉴시스>

레트로(retro), 뉴트로(new-tro) 감성이 국민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어서일까. 대통령의 소통방식도 레트로를 지향하는 것일까. 지난 10일 개방한 대통령실 앞 용산공원에 국민의견을 담아 전달할 ‘경청 우체통’이 설치됐는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실로 감성적이고 ‘신박’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 5월 문을 닫은 청와대 국민청원은 대통령이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통로로서 마련한 게시판이었다. 5년동안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총 111만건의 대한민국 구석구석 이야기들이 용광로처럼 끓어올랐다. 한 개인이 단순히 자신의 사연이나 주장을 올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이의 공감을 얻고 의견도 나누고, 사안에 따라서는 언론을 통해 더 널리 알려져 수사의 단초가 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지성이 모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만건 이상의 공감을 받은 청원에는 관련 부처를 통해 답변을 하도록 해, 국민의 이야기가 청와대에 닿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국민청원은 개인의 억울한 사연도 있었지만,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건이나 이슈들을 올리고 여론을 환기시키는 기능도 했다. 어떤 고민은 때로 누군가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계기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아쉽지만 국민청원은 막을 내렸고, 국민들은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곳을 당분간 찾기 어려워졌다. 제20대 대통령실 홈페이지에는 ‘국민제안’이라는 코너가 있지만, 이는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실과 국민의 소통을 위한 것이며 이마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이제 억울하고 부당한 일이 있으면 손편지를 적어 용산공원에 찾아가 경청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야 하는 것인가. 누군가 내 편지를 수령했는지 알 수도 없고, 내 편지의 행방을 알수도 없으며, 내 편지에 대한 답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청와대는 국민에게 돌려준다더니,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국민으로부터 빼앗아 가버린 윤석열 정부. 앞으로도 쭉 경청 우체통을 이용한 ‘후진’ 소통방식을 이어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디지털 정부’를 지향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원한다면, 교통체증을 유발하며 동네 빵집 나들이를 할 것이 아니며, ‘소통쇼’라는 지적을 받는 깜깜이 우체통을 설치할 게 아니다. 국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전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대통령이 직접 이를 챙겨야 한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사회적 부당·불의에 분노하고 있는지, 민의를 파악할 소통의 장을 서둘러 마련하기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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