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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 아이디어는 참 좋은데, 판로가…”

‘창의상품’ 걸맞은 전략적 마케팅·유통 전략 고민해야

기사입력2014-06-28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전국경제인연합회,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창의상품 유통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가 25일 전경련 회관에서 열렸다.   ©중기이코노미

2012년 9월, 서울에 사는 이모씨는 세계적인 아이디어 사업화 플랫폼 퀄키(Quirky)에 맞춤형 휴대폰 케이스 아이디어를 제출했다. 이로부터 3개월만에 ‘페깃(Pegit)’이라는 제품이 양산돼 미국 전역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지금까지 1만9000여개가 팔려 약 76만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창업기업 A사는 차량 내 어린이용 보조기구로 유럽의 대표적인 상품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소니, BMW, 필립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나란히 경쟁해 디자인뿐 아니라 품질·소재·혁신성·편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은 결과였다. 이미 1000개가량의 제품 양산까지 마쳤다. 하지만 해외 수상 이력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유통채널 진출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상태다.

창의상품은 기능의 융합이나 혁신적 디자인 등을 통해 편의성을 높인 상품을 말한다. 해외에서는 창의상품을 양산하고 유통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성공사례를 찾기 힘든 감이 있다.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유통학회,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창의상품 유통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에서는 이같은 창의 상품의 유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학계와 중소·벤처기업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오원석 퀄키코리아 이사는 세계적인 아이디어 사업화 플랫폼 퀄키(Quirky)를 소개하며 창의상품 유통방안을 소개했다. 세계 194개국 사람들이 방문하는 퀄키는 2009년 설립됐으며, 글로벌 발명가 커뮤니티의 아이디어를 사내 전문 디자이너, 엔지니어 및 커뮤니티가 협업해 제품화하고 있다. 누구나 퀄키를 통해 아이디어를 제출할 수 있고, 다른 이의 아이디어에 투표하거나 의견을 제안할 수도 있다.

현재 퀄키제품은 우리나라와 미국뿐 아니라 유럽·아시아·남미 등 전 세계 약 3만5000개의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롯데·신세계·갤러리아 등 대표적인 국내 대형 유통매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오 이사는 “창의상품은 꾸준하게 상품을 소싱(sourcing)하는 것이 어렵고, 가격이 저렴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고서는 판매가 어려운 점이 있다”며, “소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매대 구성과 포장 등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퀄키는 국내의 창조경제타운이나 창의상품 제작을 시도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더불어 어떻게 유통하느냐도 창의상품 성공에 성패를 가를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영균 광운대 교수 역시 ‘창의상품 유통 활성화 방안’ 주제 발표를 통해 “미래부의 창조경제타운을 통해 아이디어의 제품·서비스로의 구현은 가능하나, 여전히 이를 어떻게 유통시킬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일본의 창조유통 사례인 도큐핸즈를 예로 들며, 창조유통 구현을 위한 실험공간인 “창조유통플라자”를 설립하자고 제언했다. 다품종 대형매장인 도큐핸즈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고, DIY 부품 판매와 함께 목공소 등 제작시설까지 구비하고 있다. 디자인과 실용성, 창의성과 기능성에 중점을 둔 상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이를 벤치마킹한 “창조유통 플라자”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소비자가 제품의 개발과 유통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공간이다. 상품은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상품 위주로 구성해 카테고리 킬러형 생활용품 전문점 성격을 갖추고, 오프라인 온라인을 초기운영부터 병행한다는 아이디어도 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도심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시장기능이 약화된 일부 재래시장을 대상으로 민간과 함께 창조유통 실험을 위한 공간을 설립해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임 교수는 유통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제조, 도·소매상 등 전통적 역할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는 뉴커머스(New Commerce) 시대가 출현하고 있다”며 “ICT중심의 유통경로 혁신과 네트워크 유통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유통환경의 변화에 따른 창조경제 시대의 유통산업 정책 기본 방향으로는 ▲시장이 원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효과적·효율적으로 시장에 제공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중소벤처기업 육성 ▲원칙에 충실 등을 제언했다.

김기범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선임전문위원은 지난 5월 제2차 창조경제 민관협의회에서 제안된 ‘창의상품 유통채널 구축’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유통 업체가 자사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하반기 중 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상품 조달은 참여 업체 자체적으로 하되, 최대한 국내 상품을 우선적으로 공급해 벤처·중소기업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하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김 위원은 “유통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 창의상품의 개발이 촉진될 것”이라며, “창업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져 창업이 활발해지고 양질의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에서는 국내 창의상품 유통의 현실적인 문제도 지적됐다. 국내외 창의상품들을 직접 발굴·유통시키고 있는 이형민 킥스토어(Kickstore) 대표는 매력적인 국내 창의상품 부족과 창의상품 전문 매장이 매우 적다는 점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현재 킥스토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체 매출 중 국내 창의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불과하다”며, “상대적으로 해외 제품 매출이 월등히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내 창의상품 유통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창의상품 공급 증가와 홍보·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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