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5년 차 A씨는 최근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7월 초까지 스타벅스에서 정해준 미션 메뉴 8종을 17번 마시면, 바캉스에 필요한 파우치나 캐리백 등을 선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즐겨 먹는데 미션 이행 때문에 1500원이나 더 비싼 6000원짜리 신제품 음료를 먹고 있다”며, “커피값을 계산해보면 직접 물건을 사는 게 더 이익이지만, 왠지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사은품을 받으면 SNS로 자랑할 수도 있고 쿨해 보이는 것 같아 이를 악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2030 세대 사이에선 ‘Eat(먹고), Look(보고), SNS(SNS에 올려라)’라는 말이 있다. 10여년전 개봉했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라는 영화의 패러디 문구다. 그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즐기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닌, SNS에 올릴 만큼 그 제품이 가치가 있는지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사은품 때문에 본품을 사고, 혜택 때문에 온라인 주문한다

때론 사은품 때문에 원하지도 않는 본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사은품이 인기가 많아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기업은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적인 요인을 건드릴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발 빠르게 펼친다.

유통업계에서 이러한 마케팅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은 역시 스타벅스다. 그중에서도 스타벅스의 연말 프리퀀시 적립 행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연말에 특정 음료를 포함해 일정 개수 이상을 마시면 새해 다이어리와 담요 등을 증정하는데,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미션을 달성해도 원하는 사은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한다.

행사 때문인지 이 기간에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고객 수는 급증했다. 작년 연말의 경우 행사 시작 후 주간 이용자 수는 310만명으로 직전 주와 비교할 때 약 50만명의 이용자가 늘었다. ‘스타벅스 연말 굿즈’가 인기를 얻자 이를 얻은 고객들은 SNS에 업로드하거나, 원하는 사은품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자랑글을 올리는 일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타벅스 프리퀀시 사은품을 리셀(재판매)하거나 프리퀀시를 교환 및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거래글도 수백개씩 올라온다.

인기를 증명하듯 최근 스타벅스의 리워드 회원 수는 900만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인구 수로 따지면 국민 6명 중 1명꼴로 가입한 셈이다. ‘스타벅스 리워드’는 스타벅스의 선불식 충전카드인 스타벅스 카드 사용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로열티 프로그램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선불식 충전카드를 2009년 업계 최초로 선보였고, 2011년 9월 로열티 프로그램을 시작, 2012년에는 앱 서비스로 확대했다. 2014년에는 전 세계 스타벅스 최초로 비대면 서비스인 ‘사이렌 오더’를 출시했다. 사이렌 오더는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급성장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국내를 강타했던 2020년 2월 기준 사이렌 오더 주문 건수는 한달만에 800만건을 넘어서며 전년 동기간 대비 25% 증가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인 작년 5월에는 하루 평균 주문 건수 20만여건, 누적 건수 2억건을 넘어섰다. 론칭 초기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주문 건수가 1억건을 기록하기까지 5년4개월이나 걸렸다면, 이후 누적 2억건을 기록하기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1/3로 단축된 것이다.

사이렌 오더 건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요인에는 코로나19라는 환경적인 요인 외에도, 스타벅스 카드와 쿠폰, e-Gift 아이템 등의 결제수단이 한 번에 사용 가능하고, 사이렌 오더 고객에게 별 적립 혜택 등 각종 이벤트 혜택을 풍성하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2030 세대 사이에선 ‘Eat(먹고), Look(보고), SNS(SNS에 올려라)’라는 말이 있다. SNS에 올릴 만큼 그 제품이 가치가 있는지에 중점을 두는 것인데, 사은품 때문에 원하지도 않는 본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기업은 이러한 심리적인 요인을 건드릴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발 빠르게 펼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예쁘고 맛있어서? ‘NO’…특이 아이템 때문에 ‘오픈런’ 불사

‘SNS 사진각’이라는 말이 있다. SNS에 올릴 만큼 예쁘고, 특이하게 생긴 데다 장소가 분위기가 있어 SNS에 올렸을 때 ‘감성’이 물씬 풍긴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명 ‘희귀템’을 얻기 위해 본품을 구매하려는 ‘오픈런’을 불사한 후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포켓몬빵’이다. SPC삼립이 1998년 첫 출시했던 포켓몬빵을 지난 2월24일 재출시하자마자, 일주일 만에 150만개, 43일만에 1000만개를 돌파하며 메가 히트 상품으로 등극했다. SPC삼립 베이커리에 따르면, 이는 자사 다른 신제품의 동일 기간 평균 판매량보다 6배 이상 높은 수치며, 작년 출시한 다른 캐릭터 빵 제품과 비교할 때도 1주일이나 빠른 기록이다.

1998년 당시에도 ‘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 수집 열풍을 일으키며 월평균 500만개 판매고를 올렸던 이 제품은, 24년이 지난 지금은 ‘돌아온 포켓몬빵’이라 불리며 SNS에 인증사진 세례의 주인공이 됐다. 이는 회사측의 마케팅 전략도 한몫한다. SPC삼립은 포켓몬빵 재출시를 기념해, SNS에 인증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각종 경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실제로 출시 당일 포켓몬빵 구매를 인증하는 SNS 게시글이 4000여건 이상 등록됐다.

이 제품의 인기 요인은 90년대 후반 학창시절을 보냈던 2030 세대에게 향수를 자극했다는 점, 여기에 마트에 진열되자마자 품귀현상이 발생해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제품 이미지가 더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BTS 등 유명연예인들도 SNS에 포켓몬빵의 띠부씰을 인증하는 것도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망이 오픈런 사태를 불러일으킨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아무리 포켓몬빵이 인기가 있다고 하지만, 이 또한 일시적인 유행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공급라인을 추가하기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있어, 한정 수량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포켓몬빵의 뒤를 잇는 또 다른 캐릭터빵도 있다. 최근 편의점 GS25가 게임업체 넥슨과 손잡고 출시한 ‘메이플스토리 빵’이 품절 대란을 빚으며 캐릭터빵 열풍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 빵은 넥슨이 2003년 선보인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게임 캐릭터를 반영한 포장 디자인과 띠부씰 스티커 80종이 들어있는 게 특징이다. 판매가 시작된 17일부터 하루 최대 발주량이 매일 소진되며 지난 20일 기준으로 생산 가능 최대 물량인 25만9000개가 모두 팔려 나갔다.

토이캔디(Toy+Candy,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면서 먹는 것)도 요즘 대세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토이캔디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28.4%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일반 캔디 매출이 15.9% 오른 것과 비교할 때 무려 8배나 큰 신장 폭이다.

토이캔디의 매출 급상승에는 역시 본품보다는 제품 안에 랜덤으로 들어있는 캐릭터 장난감이 ‘갠소(개인 소장의 줄임말)’ 감성을 일으키며, MZ세대 사이에 수집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달 토이캔디 구입 고객의 약 14.9%는 10대였고, 20대 고객 비중은 26.3%를 기록했다. 반대로 영유아 층 자녀를 둔 부모로 예상되는 40대 이상의 고객 비중은 전년동기 대비 9%p 떨어졌다.

즉, 아이들을 겨냥해 출시한 토이캔디가 오히려 타깃층인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인기가 없고, 엉뚱하게도 10대와 20대 사이에 핫한 제품으로 올라선 것이다. 이는 필요 없는 물건 때문에 다른 캔디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돈을 주면서까지 사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0대와 20대 사이에서는 토이캔디가 핫하다. 고객 수요가 생산량을 초과하면서 일부 품목은 점포당 최대 주문 수량을 한 세트로 제한한 상황이고,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상품을 찾을 수 있는 점포를 문의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명품 가방 못지않은 오픈런 사태가 디저트류에 일고 있다. 맛보다 업로드하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이 편법으로 웃돈을 주고 물건을 사거나, 카페 적립금을 주고받는 비정상적인 거래가 흔하게 일어나는 세상이다.

본품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희귀템을 얻기 위해 더 비싸게 비용을 내고 매일 줄지어 사 먹는 현상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대비 갖기 힘든 수집품을 얻었다는 사람들의 희열감과 성취감을 자극하는 기업의 마케팅 탓이 크다. 또 희귀템 획득 여부에 따라 그 사람의 능력을 판가름하는 세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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