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스마트제조 혁신 선도국가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조강국인 독일, 중국, 일본, 미국의 스마트제조 혁신 정책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전 산업에서 디지털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이때, 대표적인 제조강국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 역시 제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주요국 스마트제조혁신 정책 비교와 한국에의 시사점’ 보고서는 주요 제조강국들은 자국이 확보하고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기반으로, 국가·사회적 현안에 대한 대응전략의 하나로 스마트제조 혁신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다른 OECD국가와 비교해 경제적 타격을 완화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제조업 비중 때문인데, 급변하는 기술·산업·경제 환경 속에서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주요 제조강국의 국가별 정책 추진배경과 추진체계 및 경과 등 정책의 추진 맥락을 이해하고, 국내상황과 비교해 적절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독일, 사회적 합의 중요하다=독일은 우수한 기술력으로 세계 제조업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는 국가다. 앞으로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마트제조 혁신을 이루고자 ‘첨단기술전략’, ‘인더스트리 4.0’,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등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기업에 직접지원을 하기 보다는 플랫폼을 만들고 참여자들을 유인하는 간접지원을 실시한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다른 특징이다.

독일은 또한 스마트제조 혁신을 단순히 기업의 기술혁신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가 기술혁신을 체감하도록 사회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제조과정을 효율적으로 바꾸거나, 불량률을 낮추는 등 제조업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기업, 나아가 사회 전체가 제조과정의 혁신으로 인해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제조 혁신 정책을 추진하며 그에따른 노동 이슈까지 함께 다룸으로써 제조과정의 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노동문제들에 대한 해결도 제시한다. 디지털화로 인한 사회변화는 고숙련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의 차이를 증가시키며,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일은 첨단기술전략부터 인더스트리 4.0,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등 모든 정책이 전문가 및 시민사회의 의견수립을 통해 결정될 정도로 사회적 합의를 중요시한다. 이와같은 방식은 정책이 발표되거나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속도는 느릴지라도 경제 및 기술맹신주의로 빠질 위험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디지털 기반시설을 잘 갖춰져 있지만, 이해관계자 간의 사회적 대화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중국, 제조업 디지털화 박차=중국의 스마트제조 정책은 중앙부처인 국무원을 중심으로 해 담당 하위 부처와 지방정부 간의 협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2016년 ‘국가발전을 위한 13차 5개년 계획’부터 스마트제조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중국제조2025’와 ‘인터넷+’라는 최대 30년의 국가 장기 비전을 제시해 스마트제조 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지역 및 산업별 발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스마트제조 능력 성숙도 모델을 개발하고, 지방정부에서는 각 지역 및 산업별로 객관적인 제조역량을 파악하고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중국은 4차 산업혁명 특히 스마트제조 발전에 있어 민간 참여를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민관산학연이 협력하는 협회, 연맹 등의 조직을 구성해 정책 실행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중국은 제조업 및 물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2021년 ‘14차 5개년 계획’ 발표와 중국제조2025 1단계 사업 후반기에 돌입하며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통한 고품질화를 강조하고 있다.

◇일본, 전체기업 디지털화 지원=일본 내각부는 매해 ‘국가성장전략’을 수립해 발표하고 있으며, 성장전략 관련 부처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실행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하는 구조다. 일본은 ‘소사이어티 5.0’과 ‘커넥티드 인더스트리’라는 국가 장기비전을 제시해 범부처가 국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목표를 수립하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 추진에 있어서는 민관 협력을 강조하며, 스마트제조 정책 수립과정에 산업계를 참여시켜 의견을 반영하고, 정책 추진 역할을 민간에 부여함으로써 스마트제조 정책을 민간이 주도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일본 스마트제조 정책의 목적은 생산성 제고와 사회문제 해결에서 신가치창출, 지역혁신까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중앙정부가 주도한 스마트제조 지원정책이 성숙됨에 따라 지방정부 정책으로 확산되며 지역혁신 도구로 정책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 지원대상 및 지원방식도 확대되고 있다. 초기에는 제조기업의 디지털화에 집중했다. 하지만 점차 데이터 정책이 강화되며 전체기업의 디지털화로 확대됨에 따라 정부의 지원방식도 스마트화 직접지원에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X)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간접지원 방식이 더해지고 있다.

◇미국, 제조업 부흥·경쟁력 강화=과거 미국은 연방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제조업 국가로 부상했었다. 그러나 1970년대 정부의 개입이 축소되면서 혁신 및 산업전략의 주도권은 실리콘밸리로 바뀌었으며, 이러한 흐름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까지 지속됐다.

미국 정부는 2009년부터 미국 제조업의 부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과학기술자문위원회 등 관련 기구를 설립하고 국가전략 계획을 수립해 추진했다.

최근에는 對중국 무역갈등 및 보복관세, 코로나19 등으로 야기된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인해 제조기업들은 판매시장과 근접한 생산시설을 희망하고 있다. 또 기업들은 로봇공학, 센서, 컴퓨터비전, 머신러닝, 5G 네트워크 인프라, 클라우드 컴퓨팅 및 엣지 컴퓨팅과 같은 첨단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환경과 과학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효율적인 공장 운영을 통한 지속가능한 제조업 구상과 노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 산업 의존도가 높은 우리 제조업은 제조혁신을 넘어 제품혁신, 비즈니스 혁신 등 산업생태계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한국, 제조혁신 곧 사회혁신 염두=보고서는 국내 스마트제조 혁신 정책의 지향점을 중소제조기업의 디지털 역량 강화 등 현안 대응을 넘어, 국가·사회적 현안 해결 및 중장기 미래성장동력 관점으로 확대하고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스마트제조 혁신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때는 민관협력, 지방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스마트제조 혁신 정책의 실제 수혜자인 민간의 역할 확대를 통해 시장지향적인 접근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의 스마트공장 보급 목표가 일정수준 이상 달성된 시점에서, 스마트제조 산업 전반의 육성을 위해서는 스마트제조 혁신의 가치사슬 앞단에서 국내 스마트제조 기술 고도화와 자립화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정부의 지원정책 확대도 요구했다.

이와함께 보고서는 제조혁신이 곧 사회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제조혁신으로 인한 편익을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향의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스마트공장 도입이 초래할 근로환경 변화가 노사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 따라서 독일과 같이 제조혁신 정책 수립과정에서 노조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노사문제에 대한 협의과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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