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1일부터 3년 일몰제로 시행되고 있는 화물차 ‘안전운임제’ 이후, 화물자동차의 사고 발생 건수는 줄어들고, 화물노동자의 근로시간은 감소했으며 소득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운임제의 일몰제를 폐지하고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적·과속 운행이 잦은 화물운송 종사자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화물차 안전운행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을 결정하고 공표하는 제도다.

성홍모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생우선실천단이 지난 28일 개최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성과평가 국회토론회에서, 이러한 내용의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교통사고 감소…근로시간 줄고 수입은 늘어=성 부연구위원의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한 사업용 특수견인차(트랙터)의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690건에서 안전운임제가 도입된 2020년 674건으로 2.3% 줄었다. 사업용 특수견인차의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자수는 2019년 1079명에서 2020년 991명으로 8.2% 감소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제도 시행 이후 화물차주의 수입은 컨테이너 품목이 24.3%, 시멘트 품목이 110.9% 증가했다. 월 평균 업무시간은 컨테이너 품목에서 5.3%, 시멘트 품목에서 11.3% 감소했다.

컨테이너 품목에서는 3단계 이하 운송거래 단계 비율이 2019년 94%에서 2021년 98.8%로 증가해 다단계 운송거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입찰방식에도 변화가 생겨 가격 입찰을 통한 운송계약이 감소해 시장 경쟁도 일부 완화됐다는 결론이다.

성 부연구위원은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다단계 운송 및 가격입찰이 감소하는 등 화물운송시장의 경쟁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화물차주의 순수입이 증가하고 월근무 시간이 감소하는 등 근로여건 개선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제도 시행기간이 짧아 단기간의 교통안전 개선효과를 확인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보다 자세하고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안전운임 적용대상 차주와 운수사의 디지털운행기록계의 자료 또는 운행실적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또한 교통안전 성과는 단기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성과평가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성 부연구위원은 안전운임 제도 외에 화물차 첨단 안전장치 설치, 안전교육 강화 등 추가적인 화물차 안전강화 프로그램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화물연대본부 박연수 정책기획실장은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화물노동자의 노동시간이 감소하고 과적·과속·과로 같은 위험한 운송형태가 감소했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안전운임제가 적정운임을 보장해 도로안전을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화물노동자들의 소득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지적이 있지만, 한국교통연구원이 매년 발표하는 화물운송시장 동향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컨테이너, 시멘트 화물노동자들의 운임은 마이너스를 유지했다며, 10년간 그대로인 운임이 이제 막 정상화돼 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했다.

또, 제도 시행 이후 노동시간이 감소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컨테이너 운전노동자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276.5시간, 시멘트는 333.2시간으로 전체 임금노동자 평균 163.6시간이나 운수업 170시간 대비 압도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안전운임 시행 이후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화물노동자의 운임을 깎고 수수료를 공제해 사업을 영위하던 다단계 업체들이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있다며, 화물운송산업의 정상화와 발전을 위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업체들은 성장하고 중간 장사만 하는 업체들은 도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기업의 비용 아닌 총 사회비용으로 접근해야=박 실장은 안전운임제에 대한 평가는 기업의 비용만이 아니라 총 사회비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 증진에 따른 사고비용 감소, 적정운임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으로 정신·육체적 건강 개선 효과 그리고 화물노동자가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확보된 시간의 사회적 편익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하는 화물노동자들의 경우 스트레스 관련 내분비장애, 당뇨, 심장병 등의 질병이 만연하며, 이와 같은 직업병 치료에 소요되는 비용, 질병에 의한 수명 단축 등 사회적 비용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또, 기업의 막대한 이윤을 조금만 나누면 공동체 모두의 안전을 증진할 수 있으며,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기업의 이윤이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이윤을 보충하기 위해 화물노동자를 계속 쥐어짜면서 위험한 도로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안전운임제로 인해 기업의 물류비가 폭등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안전운임제가 시행된 2020년에도 시멘트 제조사 매출 대비 운송비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안전운임은 일몰제라는 불안한 조건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 제도 도입취지가 보장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몰제를 폐지해 정상적인 제도 운영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안전운임이 새로운 시장질서로 자리잡고 더 분명한 도로안전 개선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차종과 품목에 안전운임제도가 확대돼야 하며, 이를 위해 각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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