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인상됐다. 결정 과정에서 팽팽하게 대립한 노사 양측은, 결과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30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전원회의 결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9160원)보다 460원 인상됐다고 밝혔다. 월단위로 환산(주 40시간 기준, 월 209시간)하면 201만580원이다. 

최저임금위는 이번 결정의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7%)에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4.5%)를 더하고, 취업자증가율 전망치(2.2%)를 뺀 값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의 경우 최근 상향된 전망치가 모두 반영된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위가 밝힌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4.5%는 기재부(4.7%), 한은(4.5%), KDI(4.2%)의 전망치 평균값이다. 그러나 한은은 6월 들어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수준(4.7%)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KDI의 4.2% 전망치는 지난 5월 중순에 발표된 수치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처음으로 5%대를 기록했다는 것은 KDI의 전망치 발표 이후에 확인됐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16.4%)과 2019년(10.9%) 급등한 뒤 2020년(2.87%)과 2021년(1.5%) 크게 낮아졌다. 이어서 2022년 5.05% 인상에 이어 2년 연속 5%대의 인상률을 보였다.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109만3000~343만7000명, 영향률은 6.5~16.4%로 추정된다.

◇사용자위원 모두·근로자위원 일부 퇴장 속 공익위원안으로 결론=이번 최저임금 결정 역시 노사간에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와 근로자, 공익위원 각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데, 노사 양측이 각각 제시한 안에서 물러서지 않은 가운데 결국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단일안을 놓고 표결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에 근로자위원 일부가 퇴장하고, 의결을 앞두고 사용자위원까지 모두 퇴장하는 등 반발이 거셌다. 

근로자측은 처음에 시급을 1만890원으로 올해보다 18.9%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반해 사용자측의 최초안은 9160원의 동결이었다. 

이후 전원회의를 거듭하며 2차와 3차, 4차 제시안을 내놓았지만 양측의 간극은 크게 좁혀지지 않았다. 4차 제시안 당시 근로자위원들은 1만80원으로 10.0% 인상하는 안을 내놓은데 반해, 사용자위원들은 9330원으로 1.86% 인상안을 제시했다. 

29일에 열린 마지막 8차 전원회의에서는 노사 양측의 요청으로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했다. 구간 안에서 노사 양측이 수정된 제시안을 내놓고, 이를 토대로 논의를 이어가자는 취지다. 

공익위원들은 심의촉진 구간을 상한선 9860원(7.6% 인상), 하한선 9410원(2.7% 인상)으로 제시했다. 상한선은 지난해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경계비 중위값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반영해 산출했고, 하한선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에 지난해 심의 당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뺀 값으로 정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 내에서 노·사 양측에 추가 수정안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노·사 양측은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고 공익위원에게 단일안 제시를 요청했다. 

결국 공익위원은 단일안으로 시간급 9620원(5.0% 인상)을 제시했다. 이에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이 반발해 퇴장했다. 

이어 재적위원 27명 중 23명의 참석으로 표결이 선포된 후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유감을 표하며 퇴장했다. 의결정족수를 채운 뒤 퇴장한 사용자위원 전원이 기권처리 되면서, 표결결과 찬성 12, 반대1, 기권 10으로 공익위원 단일안이 가결됐다. 

결정된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노사 양측이 모두 반발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근로자위원으로 논의에 참여한 한국노총 이동호 사무총장은 “올해 심의에서 한국노총 위원들은 저임금노동자의 가구생계비를 최저임금의 핵심결정기준으로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중과부적이었다”며, “올해 엄청난 물가상승률로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낮은 인상률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측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입장문을 통해 “중소기업이 처한 경영상황과 동떨어진 최저임금 수준을 주장한 노동계와 공익위원은 향후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반드시 책임 져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한계기업으로 내몰릴 중소기업 지원과 일자리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