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미술의 큰 축을 담당했던 채색화의 주요 작품들을 볼 수 있는 특별전이 9월2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한국미술사에서 채색화는 수묵화나 문인화에 비해 곧잘 비주류로 평가되며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민화, 궁중회화, 종교화로 대표되는 채색화 작품들은 장식성과 기복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근대미술의 기준으로 순수예술의 범주에서 소외되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과천)이 전통 채색화가 현대미술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역할을 재조명하는 ‘생의 찬미’ 특별전을 개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전시는 채색화의 전통적인 역할에 따라 19세기~20세기초에 제작된 민화와 궁중장식화 그리고 20세기 후반 이후 제작된 창작민화와 공예, 디자인, 서예, 회화 등과 같은 여러 장르의 작품 80여점을 선보인다.

총 70여명의 작가가 참여하는데 제15대 조계종 중봉 성파 대종사를 비롯해 강요배, 박대성, 박생광, 신상호, 안상수, 오윤, 이종상, 한애규, 황창배 등과 현대창작민화 작가 송규태, 오순경, 문선영, 이영실 등이다.

윤범모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의 채색화가 다시 도약하고 한국회화사에서 균형을 찾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 ‘관계항’ 작품을 선보인 이우환은 한국의 채색화를 ‘구조로서의 회화’로 정의하기도 했다. 어떤 장소와도 어우러지며 공간을 완성시키고 확장시키는 채색화 특유의 목적과 역할에 높은 예술성을 부여했다.

성파, 수기맹호도, 2012, 패널에 옻칠, 162×570cm, 작가 소장.

특별전은 전통회화의 역할을 벽사, 길상, 교훈, 감상으로 나눈 후 그에 맞는 작품들을 총 6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첫 번째 섹션 ‘마중’=전시의 마중은 처용의 춤을 주제로 한 스톤 존스턴(Stone Johnston) 감독의 ‘승화’라는 영상 작품으로 시작한다. 스톤 존스턴은 영화적 연출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비주얼 아티스트다. 생애 절반을 아시아에서 영화와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제작과 인권운동 등을 하며 보냈다. 최근 한국에서 정재일 작가의 뮤직비디오를 편집했고, 국립무용단의 ‘접신과 흡혼’ 영상 등을 제작했다. ‘승화’는 국립무용단과 국립현대미술관의 협업으로 제작됐다.

◇두 번째 섹션 ‘문 앞에서:벽사’=길상의 첫 역할인 벽사의 의미를 담은 도상들로 시작된다. 아프리카 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도예가 신상호 작가의 ‘Totem(토템상)’을 시작으로 ‘욕불구룡도’와 ‘오방신도’, ‘호작도’, 조계종 중봉 성파 대종사의 ‘수기맹호도’와 같은 전통적인 도상들이 한애규의 ‘기둥들’, 오윤의 ‘칼노래’ 등과 함께 펼쳐진다.

◇세 번째 섹션 ‘정원에서:십장생과 화조화’=전통적인 길상화인 십장생도와 모란도 등 19세기 말 작품부터 길상 도상의 의미와 표현의 확장을 모색해 온 최근의 회화와 영상까지 ‘길상’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십장생도’ 병풍과 함께 김혜경의 영상 작품 ‘길상’, 전혁림의 ‘백낙병’, 김종학의 ‘현대모란도’, 손유영의 ‘모란숲’, 홍지윤의 ‘접시꽃 들판에 서서’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네 번째 섹션 ‘오방색’=높은 층고를 가진 중앙홀에 2개의 작품을 설치했다. 모두 오방색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김신일의 설치작품 ‘오색사이’와 이정교의 거대한 네 마리 호랑이 작품 ‘사·방·호’다.

◇다섯 번째 섹션 ‘서가에서:문자도와 책가도, 기록화’=정원을 지나 들어간 어느 서가에서 만난 책과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공간에서는 8명의 작가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문자도와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매화 책거리도’(8폭 병풍)를 포함한 다양한 책가도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상 격변의 시기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기록화들을 경험할 수 있다.

◇여섯 번째 섹션 ‘담 너머, 저 산:산수화’=서가를 나와 다시 정원에 들어서면 보이는 담 너머 펼쳐진 산수화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채색화 분야와는 다르게 감상화로 분류돼 중앙화단에서도 크게 유행했던 산수화의 다양한 변주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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