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를 창업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킨 김슬아 대표는 기술기반 여성 창업기업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김 대표는 컨설팅 업체 근무시절 맛집 동호회 활동을 통해 유기농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되고, 맞벌이 부부로서 젊은 여성과 1인 가구 등 소비자들의 신선식품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간파해 사업 기회를 찾았다. 신선 식자재의 골든타임을 고려한 샛별배송(새벽배송)을 최초로 고안한 김 대표는 여성 기업가적 특성을 발휘해 장기적인 성장비전과 수평적 리더십을 통한 기업 성과를 이끌어 낸 사례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이처럼 기술기반 업종의 여성 창업기업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기업은 판로개척, 자금조달, 네트워크 형성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가 6일 개최한 ‘여성 창업 정책 대전환 정책토론회’에서 기술기반 여성 창업기업을 돕기 위해 인프라 구축과 제도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창업 생태계 현황 및 특성을 분석한 결과 남성 창업기업 대비 자본, 부채, 자산의 절대 규모는 작지만 자기자본비율, 부채비율 등 재무안정성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매출액 규모 또한 남성기업보다 여성기업이 훨씬 작지만, 당기순이익을 볼 때 수익성과 효율성이 우수했다.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 창업기업의 평균 자본은 1억7600만원이었으며, 여성 창업기업은 1억4000만원이었다. 평균 부채는 각각 3억원, 1억9000만원이었으며, 자산은 각각 4억8000만원, 3억4000만원이었다. 남성 창업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9%, 여성 창업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1.3%였으며, 순이익률은 각각 5.1%, 10%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성 창업기업 생존율은 남성기업에 비해 다소 낮았다. 남성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32.3%인데 반해 여성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25.6%였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판로·자금조달 어려움…여성기업 창업 생태계 마련돼야

지난해 기준 여성 창업기업은 66만개이며, 기술기반 업종의 여성 창업기업 수는 9만9161개로 5년간 연평균 7.6%로 빠르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 창업 증가율 3%보다 높다.

이처럼 여성의 기술기반 창업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기업은 판로, 자금, 네트워크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기부가 지난해 실시한 ‘여성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기업이 느끼는 경영애로는 판매선 확보 등 마케팅 관리가 35%로 가장 컸다. 이어 자금조달 등 자금관리(21.2%), 인력확보 등 인사관리(13.1%), 경영 관련 정보획득(9.6%)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기업인들은 금융업무 수행과정에서 대출조건 등 불리함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가정 양립 부담, 남성 위주의 네트워크 운영으로 여성의 참여 제한, 여성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여성기업인로서 차별을 경험할 때는 응답 기업의 61.6%가 다른 기업과 거래할 때라고 답했다. 이어 경제인단체에서 정보를 얻을 때(13.2%), 공공기관에 물품을 납품할 때(9.8%), 정부 자금지원 심사·평가 과정에서(7.7%), 금융기관에 대출을 신청할 때(6.5%) 등에서 차별을 겪었다고 했다.

김영환 연구위원은 기술기반 여성창업을 위한 정책방안으로 ▲기술기반 여성 창업 지원생태계 고도화 ▲인프라 구축 및 제도적 지원 ▲여성 기업가 정신 함양 등을 제안했다.

◇기술기반 여성 창업 지원생태계 고도화=이공계 우수 여성인력들이 실험실 창업을 통해 여성창업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험실 창업 초기 자금지원, R&D 및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이 필요하다.

김 연구위원은 여성 창업기업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 초기 기술창업 활동에서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담 액셀러레이터가 필요하다고 봤다. 전담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외부 기술도입 및 기술이전 등 기술협력 네트워크가 부족한 여성창업가를 지원할 수 있다. 

◇인프라 구축 및 제도적 지원=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창업 잠재력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여성 창업 특화지역(특구)을 선정해, 인프라를 밀집시켜 여성 창업 활성화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창업 전반을 고르게 발전시켜야 하는 중앙정부보다는, 여성 창업을 집중 육성하기에 적합한 소규모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창업 인프라나 정보 등의 접근이 어려운 경력단절 여성, 외국인, 탈북자 등 여성 창업 소외계층의 기술창업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성 기업가 정신 함양=기술·혁신 창업으로 이어지는 기업가 정신의 본질인 혁신성·창의성, 도전정신·위험감수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여성의 특성을 감안해 생애주기별 기업가 정신 교육 및 함양 정책도 설계하자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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