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 자리에 있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유명을 달리했다. 선거를 앞두고 연설 중 피격을 당했다. 죽음 앞에, 누군가의 과오를 논하기에 앞서 우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죽음 앞에 산자가 예의를 차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의 죽음 앞에 사람이기 때문에 차려야 할 예의를 축소하거나 생략할 것을 종용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 이유도 분명하다. 사람이 해서는 안 될 것을 했으며, 사람이라면 으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망자의 가문은 일본에서는 잘 알려진 정치명문가라고 한다. 일본 역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이 아베 가문에서 나온 것은 분명하다. 일본사관에서 해석하면 그야말로 명문가인 모양이다. 영토확장은 물론이고 문화적, 정치적, 외교적으로 기틀을 잡는 때 빠지지 않는 집안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A급 전범’이라고 표현한다. 역사적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며 살아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역사적 과오가 많은 인물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일본 정치인이다. 과거에 한정된 것도 아니다. 8년 넘게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그는 한국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역사에 대해서 외면했으며, 반성하는 자세 또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 국민 자존심을 건드리고 왜곡된 발언과 행동을 하는데도 스스럼없었다.

현해탄 건너 타국 정치인 죽음에 우리 국민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그런 그의 생전 삶의 궤적이 여전히 뇌리에 각인됐기 때문이다. 그의 삶은 일본 국민 일상에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웃나라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

정치인에 앞서 사람이면 해야 할 일, 사람이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야 했다. 아니, 사람이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면, 반성과 사죄를 해야 했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는 역사도 외면했고, 진정한 ‘반성’과 ‘사죄’라는 역사를 통해 규정된 해답마저 따르지 않았다. 우리 국민은 그런 일본의 한 정치인의 죽음 앞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대한민국은 건강한 공동체다. 고인이 된 그를 비판하고 그의 죽음마저 조롱하는 일부도 있지만, 지금은 고인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 한다. 하지만 그의 잘못을 평가하고 기억하려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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