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LNG 수급위기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하고 재생에너지 정책을 혁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와 국회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가 최근 개최한 ‘고유가 위기 대응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이처럼 밝혔다. 

석 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인 지난해 말부터 유럽의 LNG수요가 급등하면서 아시아로 향하던 LNG선박들이 수송 도중 유럽으로 재수출되는 사례가 속출했으며,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과 아시아의 LNG확보 경쟁과 혼란이 격화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또 향후 3~4년간 세계 각국은 미증유의 국제 에너지공급 위기 상황을 겪게 될 것이며,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비상체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원전 높이고 재생에너지 줄이는 정부=고유가라는 급한 불을 끄기위해 정부에서는 유류세 인하와 더불어 전력거래가격(SMP) 상한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SMP 상한제 도입은 신재생에너지와 집단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발표된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의 주요내용은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종래 23.9%에서 30%로 상향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간헐성과 입지문제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지난 6일 EU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에 원전, 가스를 포함시키는 보완위임법안(DCA)에 대한 유럽의회 본회의 표결은 현 정부의 원전비중 상향을 합리화시키는 듯했다.

그러나 EU 그린 택소노미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과도기적인 에너지원으로 원전과 화석가스를 녹색기술에 포함하고 있다. 원전의 녹색기술 분류 조건은 안전기준과 폐기물 최소화를 위한 폐쇄 연료 사이클의 4세대 원전기술 개발 등이다. 또, 화석가스의 녹색기술 분류 조건은 기존의 고체 및 액체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설비여야 한다.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또는 저탄소 가스로의 완전한 전환이 계획된 설비 등으로 단서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강화로 위기에 대응하는데= 반면 유럽의 경우 에너지 수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효율을 개선하고 재생에너지 인허가 절차를 신속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30년 최종에너지의 재생에너지 목표비중을 32%에서 40%로 상향한 데 이어 지난 6월에 45%까지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은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2022년 탈원전을 예정대로 추진하면서 2030년 에너지 소비를 25% 줄이고, 재생에너지 목표를 80% 높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도 2035년 발전부문 완전한 탈탄소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 계획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발전부분 탈탄소임을 시사했다. 일본 또한 2030년 재생에너지목표를 22~24%에서 36~38%로 대폭 상향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재생에너지 목표를 30%에서 오히려 20%대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OECD 평균 60% 수준 국내 전기요금=석 위원은 “정부 여당은 국제적 에너지공급 위기를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리고 있으나, 지난해부터 폭등한 국제 연료가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은 문제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2000년대부터 원가를 전기, 가스요금에 반영해오던 서구와 달리 국내의 원가와 괴리된 요금체계는 에너지공급 위기 앞에서 훨씬 더 큰 고통을 유발하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OECD 평균의 60% 수준으로 전력기금과 부과세 외에는 세금도 부과되지 않는다.

따라서 전기요금에 에너지전환 기금을 추가해 OECD평균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인상된 전력요금을 에너지빈곤층 지원, 계통 확대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사용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석 위원은 정부가 에너지위기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하고 연말까지 매주 국내외 에너지 수급동향에 대한 공개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에게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상체제에서는 전기, 가스의 수급 안정을 정부 최우선 과제로 격상시켜 다른 정책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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