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0.5%p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지만, 통화당국은 앞으로 기준금리의 추가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1.75%에서 2.25%로 상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경기 하방위험이 큰 것이 사실이나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현 경제상황을 평가하며, “지금은 물가 상승세가 가속되지 않도록 50bp(0.5%p)의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는 앞서 지난 4월(1.50%)과 5월(1.75%)에도 각각 0.25%p가 올랐다. 6월에는 금통위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7월 금통위에서 세 차례 연속 인상을 기록했다. 지금껏 0.25%p를 올리거나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0.5%p를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했다. 

빅스텝까지 단행한 이유에 대해 금통위는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됐지만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광범위해졌으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당분간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앞으로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혀,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추가인상을 예고했다. 

아울러,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6%로 급등, 기대심리도 4% 근접=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대폭 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는 단연 물가의 급등세가 꼽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되고 여타 품목도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6%로 크게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모두 4%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중 상승률도 5월 전망치(4.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상당기간 4% 이상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리인상의 배경에는 세계경제의 높은 인플레이션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성장세가 약화된 모습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 가속과 그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로 위험회피심리가 강화됐다. 또, 미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고 주가가 상당폭 하락했으며 주요국 국채금리는 큰 폭으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의 방역조치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내경제는 회복세를 이어갔다. 수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으나,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지속하였으며 설비투자는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증가가 이어지는 등 개선세를 지속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주요국 성장세 약화의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되면서 올해중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2.7%)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예상된 빅스텝에도, 한미 금리역전 불가피=한은의 빅스텝 결정은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된 바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7월 초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49개 기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9%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인상 수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4%가 0.50%p를 예상했다. 34%는 0.25%p라고 답했고, 2%는 0.75%p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0.75%p를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에 대한 예상은 많지 않았지만, 이를 단행할 경우 한미 금리역전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금통위가 0.5%p 인상을 결정하면서, 한미 금리역전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연준은 이달말 열릴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을 단행해 미국 기준금리를 2.25~2.50%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경우 한은이 8월 추가로 금리를 0.25%p 올려야 한미 금리가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물가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