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인 거리두기가 실천될 수 있도록 재택근무와 비대면 근무를 활성화하고, 아프면 등교·출근을 하지 않고 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13일 코로나19 중대본 브리핑의 질의응답을 마무리하면서,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재택근무 활성화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의료 대응방안’에는 재택근무를 비롯한 사업장 대상 권고사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달라진 코로나 재확산 대응방안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거리두기 역시 차별화를 강조했다. 이날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대응방안 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거리두기를 재차 도입하며 방역을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신규 확진자가 2배 증가하는 ‘더블링’이 2주 연속으로 발생하면서, 8월 중순에는 하루 신규확진자가 20만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유행이 확산되더라도 국민생활에 광범위한 제한을 가져오는 전면적인 거리두기보다는 사회 각 분야별로 국민 참여에 기반한 자발적 거리두기를 중심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리두기를 완전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종전의 거리두기를 “전면적”이라 칭하면서 현재는 “국민 참여형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다며 차이점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전면적 대신 자발적 거리두기로 차별화=“전면적 거리두기”를 도입하지 않은 이유로는, 오미크론 유행 이후 치명률이 올해 5월 들어 0.07% 수준으로 감소한 점을 들었다.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 8월 당시 치명률은 2.1% 수준이었다. 

또, “백신·치료제 등 대응수단이 확보돼 거리두기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충분한 의료대응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고물가·고금리 경제 상황에서 민생피해 등 사회·경제적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으며, BA.5형의 높은 전파력을 고려 시 기존 거리두기만으로 완전한 유행통제에 한계가 있는 점도 고려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일상회복을 지속하면서 위중증·사망 등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방역 수칙 준수 및 자발적 거리두기 실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잦은 환기 등을 철저히 지켜주실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사업장 단위의 권고사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종전 거리두기 시행 당시에는 코로나19의 재확산이 발생할 때마다 거리두기 단계에 맞춰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에 대해서도 재택근무가 권고사항으로 제시됐다. 

또, 출퇴근 및 점심시간 시차제 적용 등 집단감염 예방을 위한 사업장 단위 방역지침이 권고됐다. 

모임과 행사 자제 등의 방침 역시 브리핑에서 발표됐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대응방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브리핑에서 “필수적인 활동은 허용하되, 모임과 행사를 자제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 출입을 자제하는 등 거리두기 원칙은 지속적으로 권고된다”고 밝혔다. 

또 “생활 속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유행 확산이 가속화되고 유행의 고점이 증가해 방역대응과 사회 유지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라며, “개인과 지역사회는 스스로의 책임하에 방역수칙을 더욱 철저히 지켜주실 것”을 당부했다. 

◇민간전문가 권고, 정부결정 뒷받침=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역시 거리두기 재도입 유보를 정부에 권고하며, 중대본의 대응방안을 뒷받침했다. 

자문위는 11일 회의를 열고 “당초 예상보다 조기에 코로나19 재유행이 가능하다고 평가”하며, 방역당국에 선제적 대응을 권고했다.

하지만 거리두기에 대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재도입은 정부가 재유행 대비 충분한 진단, 백신, 병상, 치료 등의 역량을 확보하고 선제적 대응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을 전제로, 현재 엄중한 경제적 상황, 거리두기에 대한 국민의 낮은 수용성 등을 고려해 유보하고, 향후 근거를 강화해 균형 있게 판단”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유행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를 대비해 근거중심의사회 대응 방역체계를 마련”하고, “무엇보다 정부는 국민의 자율적인 참여에 기반한 개인 방역이 지속 유지될 수 있도록 대국민 소통에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단기간 내에 재택근무 권고 등 사업장 중심의 방역지침이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재택근무 확대나 회식 자제 등은 개별 기업의 몫으로 남겨질 전망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