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1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했다. 한국을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올린 순간이었다. 한국은 1500kg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수송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누리호 프로젝트 성공의 배경에는 국내 민간기업 300여 곳의 탄탄한 기술력이 있었다. ‘넥스트 누리호’에 대한 기대로 가득한 지금, 국내 우주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노스페이스=‘이노스페이스’는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이다. 파일럿이 되고 싶었던 김수종 대표는 시력이 좋지 않아 한국항공대 기계설계학과로 진학했다. 항공기 설계를 꿈꾸다 3학년 때 교내에서 하이브리드 로켓 연소시험을 참관하게 됐는데, 그것이 로켓 개발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가 세운 이노스페이스는 현재 고체연료와 액체 산화제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로켓을 개발 중이다. 하이브리드 로켓 기술은 구조가 단순하다는 고체 로켓의 장점과 추력 조절이 가능한 액체연료의 장점을 동시에 가졌다. 짧은 제작기간과 안전성, 경제성을 갖추고 있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올해 4분기 중 소형위성용 발사체를 브라질에서 시험 발사한다.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최초의 위성용 발사체 시험발사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2016년 카이스트 재학생이 창업한 소형 발사체 스타트업이다. 현재 개발 중인 로켓 ‘블루 웨일’은 길이 8.8m에 무게는 2t 미만의 소형 발사체다. 중량 200t인 누리호와 비교하면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초소형 발사체다. 소형 발사체이니만큼 대형 발사체보다 발사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제작기간도 짧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미국 스페이스X가 사용하는 고효율 액체 메탄을 이용해 개발 중이다. 현재까지 2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해, 기술 검증용 시험 로켓 발사를 완료하고 발사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 6월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국내 민간기업 300여 곳의 탄탄한 기술력이 성공의 배경이다. <사진=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우나스텔라=‘우나스텔라’는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에서 일하던 박재홍 대표가 올 2월 창업한 민간 유인 발사체 스타트업이다. 박 대표는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공대 우주공학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독일 항공우주센터에서 차세대 로켓 엔진을 개발했다고 한다.

현재 우나스텔라는 ‘전기모터 펌프 사이클 엔진’을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독일 현지에서 연구생활을 하던 동료들이 합류했다. 지난 3월 블루포인트파트너스로부터 시드 투자금을 유치하고, 중기부 ‘팁스(TIPS)’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2027년쯤엔 전 세계 우주 관광객이 연간 4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2025년 준궤도 시험 비행에 도전할 계획이다.

◇컨텍=‘컨텍’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16년간 근무한 이성희 대표가 창업한 우주 지상국 스타트업이다. ‘우주 지상국’이란 위성과 위성 발사체로부터 생산된 자료를 수신하고 관제하는 시설이다. 컨텍은 제주도에 우주 지상국을 구축해 국내외 32개의 위성을 상대로 지상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주 지상국의 설계·제조·구축부터 위성이 전달하는 영상 데이터 수신과 처리 분석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번 누리호 탑재체인 성능검증 위성과의 교신을 위해 해외 글로벌 지상국 3곳인 알래스카, 스웨덴, 아일랜드를 지원했다. 누리호에서 분리된 성능검증 위성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운용하는 남극 세종기지에서 첫 번째 교신이 이뤄졌고, 이후 컨텍이 운용하는 알래스카 지상국에서 두 번째 교신이 이뤄졌다. 컨텍은 2022년 말까지 우주 지상국을 12개로 확대하고, 자체 위성 보유를 통한 신규 비즈니스를 창출할 계획이다.

◇우주산업 도약을 위해=국내에 뛰어난 항공우주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기존 우주 강국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여전히 투자액 규모가 현저히 낮다. 벤처업계의 투자 선호 순위에서 밀려, 벤처투자를 받은 항공 스타트업 역시 10곳이 되지 않는다.

이에 성공적인 우주산업의 도약을 위해서는 민간 투자 활성화와 다양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요 창출 및 제도 구축, 기술 이전 등 정부와 민간기업의 R&D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며, R&D는 정부 중심이 아닌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진행해 효율적인 우주 개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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