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법률로 현재 ‘경제형벌 규정 개선 TF’의 논의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음.”

지난 18일 고용노동부는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자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형벌 완화를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가 TF를 구성해 경제 형벌 완화를 추진하자,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처벌이 완화될 것이란 관측과 언론보도가 다수 나온 데 따른 대응이다. 

그런데, 이 해명은 기존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면이 있다.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을 완화하고자 하면서 그 과정을 숨기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만 커진다. 

문제의 ‘경제 형벌규정 개선 TF’는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출범했다. 당시 TF는 ‘민간 활력제고를 위한 경제 형벌규정 개선 추진계획’에서, “민간 경제활동 관련 불확실성·어려움 증대”에 따른 요구가 늘어 경제 형벌규정에 대한 일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공정경제 3법, ILO 관련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국회통과와 코로나19 위기가 겹쳐 기업활동에 대한 불안·애로가 증대”하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을 예시 중 하나로 명시했다. 논의대상이 아니라는 고용노동부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TF는 또 경제 형벌의 비범죄화와 합리화 두가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비범죄화에 대해서는, “국민의 생명·안전, 범죄와 관련 없는 단순 행정상 의무·명령 위반에 대한 형벌 → 삭제 또는 행정제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법률”이어서 논의대상이 아니란 고용노동부의 해명은 여기서 나온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과 연관있어 보이는 대목은 경제 형벌의 비범죄화가 아니라 합리화다. TF는 합리화에 대해, “형량 완화, 책임의 정도(미수·기수 등)에 따른 형량 차별화”라고 설명했다. 또 예시 사례로 “기업활동 관련 상해와 사망의 결과를 구분해 법정형의 차등화(상해는 감형) 필요”라고 밝혔다. 

기업의 경제활동에 대한 형벌 중에서 상해와 사망을 다루는 경우가 얼마나 흔한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산업재해와 관련한 법들은 이 범주에 모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 혹은 벌칙 조항 첫줄만 읽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데도 중대재해처벌법이 TF의 논의대상이 아니라는건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이다. 

정부의 입장이 이미 한차례 오락가락했으니,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TF는 부처별 검토를 거쳐 초안을 마련하고, 실무회의에서 심의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정부의 입장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말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법률을 얼렁뚱땅 약화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형량의 차등화가 “합리화”라면서 처벌의 완화를 추진하는 것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사망사고에 대한 형량을 지금보다 강화해도 상해와 차등화한다는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정부의 의지 하나 뿐이다. 산재 사고가 아직도 만연한데도, 처벌 완화에만 매달린다면,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가장 합리적인 결론은 경제 형벌 완화 논의를 중단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형벌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공식 선언하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