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정이나 국내법을 통한 노동 이슈의 통상 쟁점화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이슈가 있는 국가와 연계된 기업의 공급망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황준석 연구원은 최근 ‘노동이슈의 통상의제화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의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 발효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공급망 전 과정을 점검하고, 이를 실사하기 위한 적절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발효된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생산된 상품을 강제노동으로 생산됐다고 보고 해당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신장에서 최종 생산된 제품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 최종 생산된 제품의 경우에도 신장산 부분품이 사용될 경우 법의 제재를 받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은 강제노동 생산품이 아니라는 것을 수출자가 직접 입증토록 하고 있으며, 관세국경보호청은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상품은 억류될 수 있다. 

보고서는 “관세국경보호청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급망의 철저한 분석 및 실사를 요구”하고 있다며, “기업은 철저한 공급망 맵핑 및 추적을 통해 신장지구 및 강제노동과의 관련성을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신장산 비중이 높은 면화, 폴리실리콘, 토마토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관세국경보호청은 신장산 면화, 폴리실리콘, 토마토를 대표적인 고위험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중국산 상품의 신장산 비중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U도 공급망 실사 지침, 실사의무 발생=미국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EU 역시 공급망 실사 지침을 통해 사업장과 공급망에서 인권과  환경 침해에 대한 보고를 기업들에 요구하고 있다. 

EU집행위는 지난 3월 ‘기업의 지속가능한 공급망실사에 관한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실사 적용대상 기업에게는 자사 사업장 및 공급망 전체에서 인권과 환경을 침해하는 활동 여부를 확인, 보고, 개선할 의무가 발생한다. 

실사 대상 기업은 인권에 대한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파악 및 평가하고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EU의 공급망실사 지침 역시, EU에 위치한 기업뿐만 아니라 EU에 수출하는 역외국 기업에도 적용된다는 점이 문제다. 역외 공급기업이 바이어들로부터 실사 이행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별개로 EU는 강제노동 생산품목의 수입금지 입법도 추진 중이다. 지난 6월 EU의회는 강제노동 결부 상품의 수출입 금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이에 따라 EU집행위는 오는 9월 해당 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U집행위는 이 법안이 미국의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과 달리 특정국가(중국)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강제노동에 규제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이슈 통상의제화 추세 강화”=보고서는 이같은 이유로, “무역협정을 통해 보장하는 노동권의 범위 확대와 실질적인 이행 메커니즘 도입 등 노동 이슈의 통상의제화 추세가 강화되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역시 한·EU FTA를 통해 노동문제가 통상분쟁화되는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FTA 협정문에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노동기준을 준수하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EU는 한국이 ILO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어 FTA 상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해 분쟁해결절차가 개시됐다. 지난 4월 개최된 한·미 FTA 노동위원회에서도 미국이 우리나라의 노동규정 이행 여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황준석 연구원은 “무역협정이나 국내법을 통해 노동 이슈에 대한 통상 쟁점화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면서 “국내 노동이슈, 노동 관련 국제협약 미이행, FTA 상 노동규정의 미이행 등 국내법상 의무위반뿐만 아니라 노동 관련 리스크가 있는 국가와 연계된 기업의 공급망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선진국을 중심으로 노동권 준수 의무 요구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법적 의무 이행 점검과 동시에 공급망 리스크 검토 및 대응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