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단 이틀,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에도 숨통 트일 시간을 주자는 것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이다. 그러나 지방 중소도시까지 빼곡하게 대형마트 매장을 진출 시킨 유통기업들이 자신들끼리의 과당경쟁으로 실적이 부진해지니, 엉뚱하게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분야 덩어리과제는 ▲해고 사유 확대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 ▲기간제·파견 활용범위 확대 등 고용 유연화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노사관계 분야에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노조 파업 때 대체근로 금지조항 개선 ▲노조의 사업장 점거 전면금지 신설이, 산업안전 분야에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사업장 안전 규제 중복 해소 등이 포함된다. 한겨레는 ‘재계 민원’ 받아쓰기 정부라고 했다.

재계 민원 받아쓰기 사례는 또 있다. 지난달 말 마감된 대통령실 국민제안은 중복 투표(어뷰징)가 발견돼 최종 3건의 우수제안 선정이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 4일 정부가 처음 진행하는 규제심판회의 첫 번째 안건으로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가 논의됐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무분별하게 들어선 대형마트 등으로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대형쇼핑몰이 들어서며 인근 소상공인들의 월평균 매출액이 46.5% 감소하고 일평균 방문고객 수가 4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 달에 단 이틀,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에도 숨통 트일 시간을 주자는 것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이다. 그러나 지방 중소도시까지 빼곡하게 대형마트 매장을 진출 시킨 유통기업들이 자신들끼리의 과당경쟁으로 실적이 부진해지니, 엉뚱하게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국회의원은 SNS를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대기업유통업과 골목상권의 상생발전을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낸 사회적 자산이라며, 의무휴업 제도를 심판대에 올리기 전에 윤석열 대통령은 그 상생의 가치를 제발 되새기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혁신과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라면 개선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왜 이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이토록 진심인걸까. 어느 때보다 엄중한 경제상황에서 정부가 돌봐야할 개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대기업, 재벌의 편들어주기가 정부의 탄생의 목적인 것처럼 다른 시급한 사안을 제쳐두고 나서고 있다.

국민 절반의 지지와 기대를 받으며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현재 20%대의 지지율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공정’이 기득권과 재벌·대기업에게로만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정부가 정녕 우리 사회 기득권 만을 대변하고자 한다면, 단 1%의 지지율에 닿는 시간도 그리 머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 초 휴가기간 동안 민심을 충분히 듣고 고민했기를 기대한다. 대통령의 권한이 닿아야 할 곳, 정부와 국가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기득권, 대기업이 아닌 국민에 있음을 되새기길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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