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하와 반지하의 주거용도 사용을 불허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관악구와 동작구에서 반지하에 살던 주민들이 폭우로 목숨을 잃는 비극 이후에야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이 만시지탄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올바른 방향을 정한 것은 다행이다. 지자체 차원의 조치로 끝날 일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전국의 반지하 주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전국의 반지하 가구는 33만호에 이른다. 이 중 서울에만 20만호가 집중돼 있다. 특히, 침수가 상습적으로 발생해온 지역에도 반지하 가구가 다수 위치해 있었다는 것이 이번 비극으로 드러났다. 

비극을 막기 위한 법이 있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지난 2012년 건축법 개정으로, “상습침수구역 내 지하층은 심의를 거쳐 건축 불허가 가능”하게 됐지만, 이후에도 반지하 주택이 4만호 이상 건설됐다고 서울시는 파악하고 있다. 침수 여부를 불문하고 지하층에 사람이 살 수 없도록 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은 그래서 방향이 옳다. 

서울시로 끝나서는 안되고, 전국적인 시행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현재 주거기본법에 따라 국토부 장관이 최저주거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이것부터 안전기준을 중심으로 대폭 정비해야 한다. 

최저주거기준은 가구구성원별 최소 주거면적과 필수 설비 기준(상하수도 시설이 완비된 전용 부엌과 전용 화장실 등)을 정하고 있다. 또, 구조와 성능 등 환경기준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기준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2020년 국회 입법조사처의 ‘최저주거기준의 내용과 개선과제’ 보고서는, “최저주거기준은 2011년 개정·공표된 이후 현재까지 개정 없이 유지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현재까지도 최저주거기준은 11년 전과 동일하다.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 최저주거기준은 주택이 안전성·쾌적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적절한 방음·환기·채광 및 난방설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적절한’ 방음·채광·환기 등에 대한 구체적 판단 기준이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어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등의 판단에 있어 구조·성능 및 환경기준의 충족여부를 측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흔히 열악한 주거로 일컬어지는 반지하, 옥탑방, 쪽방 등의 경우 채광, 환기, 소음 등 환경 요소가 취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최소한의 주거의 질 확보를 위해서는 환경기준을 구체화함으로써 환경기준 달성여부에 대한 객관적 측정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2020년 조사에서 미달가구의 비중이 전체의 4.6%로 2019년 조사(5.3%)보다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지하 등에 대한 제대로 된 기준이 부재한 가운데 이뤄진 조사여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번 반지하의 비극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즉시 최저주거기준에서 주거 안전에 관한 기준을 획기적으로 보완하고, 11년 전과 달라진 주거환경을 고려해 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반지하나 지하 공간의 주거 용도 건축허가는 금지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겠다. 반지하 거주 가구들이 이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확충도 함께 이뤄져야겠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주거복지는 국가가 기준을 세우고 방향을 잡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번 사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마지막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재민을 비롯해 모든 폭우피해자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