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기록적이다. 수도권에 최근 연신 폭우가 내렸다. 115년 만에 최대 강우란다.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만큼 무거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2건의 전화’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청와대를 떠나 임기 시작과 동시에 자택에서 출퇴근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화다. 서울 일대에 본격적인 폭우가 쏟아진 날에 퇴근길에 올랐는데, 윤 대통령은 퇴근 당시부터 일부지역 침수를 목격했다는 발언을 한 내용을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한 시기다. 아니 나아가 기상청은 이미 수일 전부터 폭우를 예고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서초동 자택에서 비 피해 상황을 전화로 보고 받으며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에서는 애초 침수로 인한 교통통제 등을 이유로 밝히다, 대통령 자택이 곧 상황실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지만 설득이 쉽게 되지 않을 듯하다. 오히려 침수 상황을 보고도 퇴근해야만 했는지, 예고된 폭우에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는 국민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기록적 피해가 남긴 상흔은 우리 사회를 너무 아프게 하고 있다. 국민이 왜 목숨을 잃어야 했으며,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모조리 잃어야 했을까 하는 것이다. 자연재해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알지만, 누군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 또한 당연하다.

배달비 2만5000원과 관련한 이야기가 최근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다. 폭우가 내린 그날, 또 한통의 전화는 어느 한 식당에 걸려온 주문 전화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거센 빗줄기에 선뜻 나서기조차 힘들지만 어쩔 수 없었다. 평소와 비교해 수배에 이르는 배달비, 일부에서는 과하다고 하지만 다수는 폭우를 뚫고 배달을 나가야 하는 그들의 현실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들은 그랬다. 제 아무리 배달료가 비싸더라도 생업을 멈추지 못하는 소상인을 응원한 것이다.

배달가는 길은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무릎까지 차오른 빗물에 두려움과 후회가 이어졌을 것이다. 8일 그러니까 대통령이 퇴근길에 침수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힌 그날, 9시경 서울에서는 배달 나간 한 남성이 넘쳐 나는 물살 사이에 서서 사람들을 막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가 행인 발길을 돌리게 한 이유는 맨홀 구멍이 고스란히 드러나 자칫 휩쓸려 들어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 남성은 동네 지리에 익숙한 배달 라이더였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폭우에도 벌이를 위해 배달에 나선 그의 절박함이 어쩌면 이웃의 위험을 외면하지 못하게 하는 양심과 용기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위급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현장에 직접 가서 진두지휘를 해야 하는 사람도 필요하며,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솔선수범해 제거하는 현명한 시민의 용기도 귀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상황이 조화롭고 오차를 최소화하며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컨트롤 타워 존재는 필수적이다.

뒤늦게 피해 현장을 찾아 “사진 잘 나오게 비가 오길 바란다”고 말하는 여당 국회의원이나, 제일 안전해야할 자신의 집에서 황망하고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가족의 집 앞에서 사진을 정권 홍보용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위급 상황을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타까운 이웃 소식으로 시름에 잠긴 국민을 더 힘들게 할 뿐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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