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유 작가의 개인전 ‘회화에 대한 질문’이 아트웍스파리서울 갤러리에서 9월30일까지 열린다. 특히 이번 전시는 평면회화에 대한 전복의 사유를 보여주는 실험적인 작품들로 구성돼 있어서 관심을 끈다. 

작가는 전시 작품에 대해 “프랑스 전위미술그룹인 쉬포르 쉬르파스(Support-Surface)의 회화에 대한 철학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쉬포르 쉬르파스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반 회화작업에 대한 혁신을 외치며 등장한 프랑스 전위그룹이다. 1968년 프랑스 5월 혁명의 사상적 영향을 받아 기존 미술작업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전개했다. 회화작업의 기반이 되는 캔버스의 형식적인 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도 하고, 작품이 원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장치인 서명과 제작일자, 제목 등의 표기를 거부하기도 하며, 회화의 직물성을 모호하게 흐리는 작업을 보여주기도 했다.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며 회화의 물질성은 물론 캔버스와 물감의 관계에 대해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캔버스 위에는 오직 한 덩어리의 물감 반죽이 놓여있는데 심지어 캔버스 화면을 벗어나 있다. 

캔버스의 공간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시도는, 형상을 담는 지지체(Support)로서의 캔버스를 오히려 조형의 도구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지 않겠냐는 작가의 회화에 대한 의문을 직설화법으로 보여준다. 이런 미니멀하고 형식파괴적인 스타일의 작업은 쉬포르 쉬르파스는 물론 1960년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주장한 해체주의 미학과도 닿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하면 작가는 전통회화에 대한 의문과 함께 흔히 마티에르라고 하는 작품의 물성과 재질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고민해왔음을 보여준다. 캔버스 위에 덩그러니 놓인 단순하고도 과장돼 보이는, 두꺼운 마티에르의 물감덩어리가 그 증거다. 자연스럽게 중력이 이끄는 대로 물감을 흘려보내거나, 최소한의 페인팅 행위인 단순한 붓터치만으로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은 작가가 대학시절부터 재료와 표면의 상관성에 대한 연구작업을 해왔던 결과물로 보인다.    

이유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나와 스트라스부르그 장식미술학교 석사를 받고, 2007년부터 파리에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전시를 준비한 아트웍스파리서울 갤러리(Art Works Paris Seoul Gallery)는 서울 종로구 북촌에 자리하고 있다. 주로 프랑스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 한국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대표작가로는 이유, 허경애 등이 있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