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해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수준을 넘어서며,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5%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2.25%에서 2.50%로 상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됐지만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압력과 기대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어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정책 대응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기준금리가 2.5%를 넘어선 것은 2014년 이후 8년만이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전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4.7%)보다 높고, IMF위기 당시인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한은은 앞서 수 차례에 걸쳐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수정했다. 앞서 지난 2월 당시의 전망은 3.1% 수준이었다. 이후 3~4월 가파른 물가상승세가 확인되면서, 5월 들어 4.5%로 전망치를 크게 올렸다. 

6월에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수준(4.7%)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후 6~7월 들어 2달 연속으로 소비자물가가 6%대의 급등세를 보이자, 다시 한번 전망치를 끌어올렸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3.7%로 5월(2.9%) 전망치보다 높여 잡았다. 이 또한 2011년(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어서, 물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국내 경제 하방위험 증대=가파른 물가상승으로 금리인상을 연거푸 단행했지만, 경기침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은은 “세계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주요 선진국의 정책금리 큰 폭 인상 등으로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됐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주요 가격변수가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국제원자재가격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경기지표와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경제 역시 “회복세를 이어갔지만 주요국의 성장세 약화로 수출이 둔화되는 등 경기 하방위험이 커졌다”고 봤다. 고용 상황의 경우는 큰 폭의 취업자수 증가가 이어지는 등 개선세를 지속했다. 

한은은 앞으로 수출 증가세가 낮아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2.6% 수준으로 5월 전망치(2.7%)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 역시 2.1%로 5월(2.4%) 전망치보다 낮춰 잡았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다소 둔화됐으나 농산물 및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6%대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3%대 후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간 점도 문제다.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낮아질 수 있겠지만 근원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시장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 움직임 등에 영향받아 변동성이 확대됐다. 장기시장금리가 상당폭 하락한 후 반등했고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크게 높아졌다. 가계대출은 소폭 감소하고 주택가격은 하락세로 전환했다.

한은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 경기의 하방위험이 커지고 대내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자본유출입을 비롯한 금융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