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경제 성장이 당분간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세계 각국은 반덤핑조치 등 자국산업 보호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반덤핑 조사당국의 조사권한을 강화하고 행정력 재량을 확대하는 한편 반덤핑 조사기법도 다양해지는 추세여서, 반덤핑조치의 주요 부과대상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각국의 구체적인 반덤핑 제도와 관련 현황까지 상세하게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반덤핑조치의 국제적 확산과 조사기법 다양화의 영향 및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20년까지 전세계 반덤핑 조사개시 건수는 6300건이다. 가장 많은 조사를 개시한 국가인 인도는 1071건이었다.

같은 기간 가장 많은 반덤핑 조사개시 대상이 된 국가는 중국이며, 건수는 총 1478건으로 전세계 반덤핑 조사의 23.5%를 차지한다. 한국은 471건으로 전체 7.5%를 차지하며 두번째다. 대만이 326건(5.2%)으로 뒤를 잇는다. 

한국은 반덤핑조치 대상 건수로는 세계 2위에 해당하지만, 반덤핑조치 건수로는 1995~2020년 기준 12위, 2010~2020년 기준 17위에 해당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반덤핑 판정되면 수출 차질 불가피=우리나라가 반덤핑 조사를 하는 주요 산업은 비금속 및 그 제품과 플라스틱·고무다. 우리나라가 반덤핑 조사를 받은 주요 산업은 비금속 및 그 제품, 화학공업생산품, 플라스틱·고무, 그리고 기계류·전자기기 등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우리 수출 전체 품목뿐만 아니라 중간재, 자본재 등을 분석한 결과, 모두에서 반덤핑조치가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변화로 인해, 반덤핑조치 대상국에서 조치 부과국으로 해당 제품 수출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조치 부과국은 반덤핑 대상국이 아닌 제3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게 된다.

◇PMS·AFA…반덤핑 조사기법 다양=최근에는 반덤핑 조사기법이 다양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은 국내법 개정을 통해 특별한 시장상황(PMS)과 불리한 가용정보(AFA) 규칙을 강화했다. 이후 EU, 중국, 인도 등도 미국과 유사한 제도를 새로 도입하거나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미 상무부의 PMS 적용은 한국산 철강제품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국제무역법원이 상무부의 PMS 적용을 파기환송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2021년 이후로는 상무부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연례재심에서 PMS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AFA 적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과 베트남 등 비시장경제 국가 제품에는 거의 대부분의 사건에서 AFA가 적용되고 시장경제국에도 상당수 사건에서 AFA가 적용된다. 다만 한국에 대한 AFA 비율은 다른 시장경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보고서는 2021년 3월 WTO패널은 미 상무부가 한국산 철강제품 및 유압식 변압기에 적용한 AFA 조치를 WTO 반덤핑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정한 바 있어, 이번 선례를 향후 상무부 대응과정에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인력 확보하고 상시 모니터링을=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성장 둔화가 지속될 경우 PMS, AFA 등 다양한 반덤핑 조사기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국 내 산업 피해판정 가능성을 높이고 ,덤핑 마진을 확대하는 등 반덤핑조치를 보다 공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양해지는 반덤핑 조사기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사 대상기업 차원에서 반덤핑 조사당국이 요청하는 자료를 최대한 완전하고 정확하게 준비해 적시에 제출하는 것이 기본이다.

기업들은 반덤핑 조사에서 요구되는 자료를 전산화된 DB로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자사의 국내 판매가격과 해외 수출가격에 대한 비교가 손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상시적인 모니터링과 체제를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또 반덤핑조치가 국가 차원의 무역조치이며 국내 산업보호 등 산업정책적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무역구제정책 등에 대해 양국간 대화와 교섭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반덤핑 대응에는 조사개시부터 연례재심을 하는 등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반덤핑조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경우 기업 내 회계사, 변호사 등 통상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중소기업의 경우 반덤핑 조사에 적극 대응하기에는 인적·금전적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와 협회·단체 등은 중소·중견 수출기업에 초점을 맞춰 반덤핑조치 대응 전략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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