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깔때기 통과 어렵다…엑싯 2%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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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깔때기 통과 어렵다…엑싯 2% 불과 시리즈 A, B, C 통과 비율 낮아…성장단계별 강점있는 투자자 필요

기사입력2022-09-05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업자가 기업 상장까지 가지고 가는 과정은 매우 길고 위험이 크기에,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한 초기부터 성장 단계별로 다양한 투자자들이 각자의 강점을 가지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가의 풀(pool)을 확대하고 투자자의 다양성도 확대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TIPS

TIPS는 성공벤처인, 선도벤처 등이 주도하는 액셀러레이터가 창업기업을 선별, ‘先엔젤투자 後정부 R&D 및 사업화 자금 제공’을 통해 기술창업의 성공률을 높이고 및 글로벌 스타벤처를 육성하기 위한 정부 R&D 지원 프로그램이다. 2013년 15개 창업팀을 선발해 지원한 이후 현재 연 500개의 창업팀을 선발·지원하고 있다.

한국엔젤투자협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1년까지 TIPS 창업팀 1634개사는 엔젤투자 3694억원(기업당 평균 2억3000억원)에 연계해 R&D 200억원, 창업사업화 902억원, 해외마케팅 588억원을 지원받았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지난해 조사결과에 따르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있어서 정부 정책 중 가장 도움이 됐던 지원으로 TIPS가 1위로 꼽히기도 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성장 분석:TIPS 창업팀을 중심으로’ 보고서는, 정부의 기술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인 TIPS 사례를 통해 이러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와 성장 환경을 분석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속 성장 중=보고서는 스타트업 투자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TIPS 창업팀으로 살펴본 스타트업 생태계가 지속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TIPS 창업팀으로 살펴본 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은 설립 후 2.1년에 시드 투자를 받으며, 시리즈A까지 약 3년, 시리즈B까지 약 4~5년 정도 소요됐다. 사업분야 별로는 바이오·의료분야가 설립부터 각 단계별 투자유치 도달하는 시간이 다른 분야에 비해 짧았다.

후속투자 유치건수 및 유치금액은 해를 거듭할수록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운영사가 후속투자로 이어지고 있었다.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 필요=보고서는 전반적으로 시리즈A, 시리즈B, 시리즈C 단계의 스타트업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들은 전반적으로 퍼널(시리즈A→시리즈B→시리즈C)을 통과하는 비율이 낮은 편이며, 특히 시리즈C 이상의 대규모 투자는 미흡했다. 조사대상인 1134개 TIPS 팀 중 28개(2.5%)만이 시리즈C 투자를 받았으며, IPO 등 엑싯을 한 스타트업은 2%에 불과하다. 이는 글로벌시장 진출이 미흡한 원인과도 연관된다.

미국 Copperstone Capital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 스타트업의 25.7%가 엑싯을 했으며, 엑싯의 방식의 97%가 M&A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각 단계에서 실패로 분류된 스타트업을 분석해 원인을 찾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생태계의 건강성, 주기적으로 체크해야=현재 정부의 지원도 투입지표와 산출지표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측정하다보니 실제 생태계 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이 어렵다. 따라서 지원을 생태계 관점으로 전환하고 생태계 관점의 지표체계를 구축해 모니터링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스타트업 생태계의 건강성을 주기적으로 체크해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고 의사결정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체계의 개발도 제안했다.

성장그룹 등을 유형화해 스타트업 성장에 대한 심층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고서가 TIPS 창업팀 1634개사 가운데 투자정보를 확보한 스타트업은 약 70%로, 이 중 성장그룹은 470개사로 41.5%가 성장그룹에 속했다. 이 470개사의 성장그룹이 어떤 식으로 성장 혹은 정체하는지 모니터링을 통해 이동경로를 살펴보고, 패턴과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정책 설정을 위해 필요하다.

◇기업가 풀과 투자자 다양성 확대해야=기업가의 풀(pool)을 확대하고 투자자의 다양성도 확대돼야 한다고 봤다.

보고서는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의 시작점은 기업가의 풀에 있다며, 창업에 도전하는 다양한 기업가가 많이 나오기 위해서는 전생애주기에 걸친 기업가정신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역동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창업자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다양성 확대도 선행돼야 한다. 액셀러레이터 또한 투자단계, 선호(기술) 분야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성장 단계별로 세분화된 강점을 갖추고 있을 때, 대형 엑셀러레이터만 살아남는 시장이 아닌 중소형 액셀러레이터도 본인의 강점으로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이와함께 M&A시장의 활성화 또한 해결과제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IPO를 통한 엑싯이 드물며, M&A 자체도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VC(벤처캐피탈)의 후속투자 연계와 초기 회수시장을 활성화하고,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M&A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인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