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4일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통해,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8월29일 장중 1350원을 돌파한 뒤, 9월2일에는 1360원을 돌파해 서울 외환시장 마감환율이 1362.6원을 기록했다. 5일에는 장중 1370원대를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한 것 자체가 IMF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특별한 경제위기 상황에서나 있는 일이었다. 

보고서는 최근의 환율 상승을 이끄는 단기 요인으로 통화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국제수지 악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를 꼽았다. 특히 미 연준이 급속도로 금리를 인상한 것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6월과 7월 연거푸 0.75%p를 인상하면서 기준금리가 2.25~2.50%까지 오르자, 달러화 강세가 심화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면서 내년 말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와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내다봤다 .

◇무역적자도 환율에 악영향=다음으로 거시경제의 기초 여건을 나타내는 지표들 중 하나인 국제수지가 악화될 경우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국가와의 상품·서비스 및 자본 거래의 결과로 발생하는 외환의 유출이 유입보다 크게 되어 국제수지가 악화될 경우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과 같이 환율 상승이 원자재 수입 부담을 가중시키는 영향이 지속될 경우,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되면서 환율이 더욱 상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들어 수출은 지난해보다 15.6% 증가했음에도, 수입이 26.2% 늘어나면서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보고서는 국제 유류·원자재 가격을 비롯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원화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 유가(WTI)는 지난 6월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최근에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하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와 같은 장기적 요인들도 지목했다. 

고령화 추세가 강화될 경우 부양부담으로 인한 지출 증가가 저축 감소와 수입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계 소비의 증가로 저축 여력이 떨어지고 소비의 증가는 경제 전체적 관점에서 수입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에 걸쳐 누적되면 경상수지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면서 외환의 초과 수요를 유발해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유 관세인하 등 대응 필요”=이에 따라 보고서는 “향후 러·우 전쟁 등 글로벌 요인에 따라 재차 상승할 경우 현행 유류세 인하 조치와 함께 원유 관세 인하를 함께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미국 등 주요국과의 통화스왑을 통해 외화 자금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원달러 환율 상승 움직임이 외화 유동성 부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통화스왑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단서를 달면서도, “통화스왑을 통해 시장의 과도한 쏠림현상을 예방하고 향후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가 고착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무역금융의 경우, 최근의 금리 인상 영향으로 금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율 상승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완화시킨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대출금리 검토 및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 SGI 민경희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리스크 요인들이 금융·실물경제 위기로 파급되지 않도록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수단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기업의 환 헤지 및 결제통화 다양화 등 환율 민감도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