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진행한 고속 스캐너 구매 입찰 과정에서 가격을 담합한 3개 업체가 공정위로부터 2억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금융기관용 고속스캐너와 문서 자동 분류 솔루션 구매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입찰가격 등을 담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나루데이타, 태화이노베이션, 센트럴인사이트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28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낙찰 예정자와 투찰가격을 미리 정해둔 뒤 서로 들러리를 서주는 방식으로 이득을 챙겼다.

2016년 6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나루데이타와 태화이노베이션은 국민은행 등 6개 금융사가 실시한 9건의 고속 스캐너 및 문서 자동 분류 소프트웨어 구매 입찰에서 입찰 금액과 낙찰자를 담합했다. 당시 시장 내 사업자는 해당 2개사 밖에 없었고, 이에 서로 간 출혈경쟁을 막고자 번갈아 낙찰받기로 한 것이다. 금융기관용 고속 스캐너는 금융거래 서류를 분당 500매 이상의 속도로 스캔하는 기계로, 은행·카드사 등으로 수요처가 제한돼 있다.

특히 태화이노베이션의 경우 2019년 6월 우리은행이 발주한 고속스캐너 구매 입찰에서 단독 입찰로 인한 유찰을 방지하고자 평소에 친분이 있던 센트럴인사이트에 들러리 참여를 요청해 자신들이 낙찰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요구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센트럴인사이트는 2019년 6월 우리은행이 발주한 스캐너 구매 입찰에서 태화이노베이션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들러리를 섰다.

공정위는 “사실상 입찰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모든 사업자가 담합해 경쟁입찰 제도의 취지가 무력화됐다”며 “앞으로도 공공 및 민간 분야 입찰에서 담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 예방 교육을 계속 추진하고 법 위반 행위가 적발되면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신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