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실질임금상승률은 -2.2%입니다. 이는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정향숙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실제 실질임금 상승이 이와 같이 마이너스로 나타난 경우는 추석이라든지, 아니면 설 명절이라든지 이런 시기를 제외하고는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기준으로 봤을 때 4개월 연속, 3개월 연속도 처음이고 2개월 연속도 나타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급등하는 물가가 임금을 직격해, 실질임금 감소가 발생한 것이란 해석이다. 임금을 덮친 물가에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소득위기 시대’가 열린 것이다. 

소득위기는 소비지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경련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소비지출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9.7%가 올해 하반기 소비지출을 상반기 대비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저소득층의 타격이 특히 컸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경우 하반기 소비지출이 상반기에 비해 평균 7.9%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의 경우에는 하반기에도 상반기 수준(-0.01%)의 지출을 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가 높아도 소비를 줄이기 힘든 생필품 지출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걱정도 나타나고 있다. 음식료품(28.4%), 주거비(전·월세 및 전기·가스 등, 18.8%), 생필품·화장품(11.5%) 등의 지출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반기 소비지출을 축소하는 이유로는 물가 급등(46.3%)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 고용·소득 불확실성 확대(11.5%), 채무 상환 부담 증가(10.6%) 등이 뒤를 이었다. 소득 불확실성 확대 역시 실질임금 감소의 여파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채무 상환 부담 증가는 고물가 대책으로 시행 중인 고금리의 영향이다. 크게 보면 고물가 상황이 소득을 눌러 소비까지 주춤하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기업을 대상으로 물가 인상을 자제하라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7일 농식품부는 주요 식품제조업체 6개사 임원진과의 간담회에서, “고물가에 기댄 부당한 가격 인상이나 편승 인상 자제가 요구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역시 지난 19일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지금도 많은 경제주체들이 물가상승 부담을 감내하고 있는 바, 가공식품 업계에서도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인상요인을 최소화해 주시기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가 물가를 통제하는 시대가 끝났다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는 추경호 부총리이지만, 물가 급등 상황이 계속되자 종전의 발언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주요 식품업계가 줄줄이 가격인상을 시작한 것이 7월부터의 일이어서, 벌써 두달 넘게 가격인상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뒤늦게 나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면 좋겠지만, 수 차례에 걸친 물가대책에도 불구하고 물가급등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라는 소득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도 알 수 없다. 월급쟁이들은 오늘도 고통을 감내하며, “에너지 절약”과 같은 정부의 호소에 말없이 동참할 뿐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