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진출을 준비 중이던 A사는 현지 업체가 상표만 바꿔 자사 제품을 똑같이 모방한 불법 복제품을 만들어 저가에 판매하는 바람에 진출 여부를 다시 고민하게 됐다. 중국 현지 업체는 심지어 후면 상호와 주소 등 모든 것을 동일하게 복제했다.

속옷 판매업체 B사도 현지 업체가 무단으로 상표를 부착해 원래 가격의 1/4 가격에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팔고 있음을 뒤늦게 발견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 연예인과 연계한 제품들이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나, 한국 연예인 이름 대부분이 이미 중국에서 선등록 돼 있어 상표출원 자체가 불가능한 사례도 중국에 소재한 KOTRA IP-DESK에 다수 접수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허청이 2012년 실시한 ‘우리기업 지재권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해외지재권 피침해 사례 중 61%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한국 중소기업 중 중국에서 지재권 등록을 한 기업은 26%에 불과했다. 지재권 보호를 위한 사전예방활동 역시 중국 진출 중소기업의 71.5%가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바 있다.

지난달 27일 KOTRA와 특허청은 ‘중국시장 IP 보호, 리스크와 기회’ 설명회를 공동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지재권 침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더라도 피해를 구제받는 일은 녹록치 않다. 지난달 27일 KOTRA와 특허청이 공동으로 개최한 ‘중국시장 IP 보호, 리스크와 기회’ 설명회 자리에서 중국 지재권 소송관련 현황을 소개한 김대영 부장(중국 북경 동립균성 지식재산 유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지재권 침해소송 중 원고 승소율은 60% 미만이었다. 또 각 지방법원의 지재권 침해 심리기간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에 달해 차이가 크고, 배상판결 비율도 지역과 증거수준에 따라 제각각이다.

중국에서 지재권 분쟁이 발생한 경우 1심은 86개 지방법원에서, 2심은 각성별 고등법원에서 받을 수 있다. 향후 북경과 광동, 상해, 강소 등지에 지재권 전문 법원도 설립 예정이다.

김 부장은 “한국에서 출원한 상표를 중국에서도 사용할 계획이라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중국에 출원해 현지기업의 무단 선출원을 막아야 한다”며 “중국에서 해당 상표를 사용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일상적으로 정리하고 보관해 둬야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8월 개정돼 올해 5월1일 시행된 중국의 개정 상표법과 실시조례를 소개한 중국 리팡 로펌의 한영호 중국변호사에 따르면 개정 상표법과 실시조례를 숙지하고 잘 이용하는 것 역시 지재권 침해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상표법 개정에 따라 중국에서는 기존의 문자, 도형, 숫자, 색체조합 뿐만 아니라 소리가 포함된 상표 역시 출원할 수 있게 됐다. 또 기존에는 여러 종류의 상품에 동일한 상표를 등록출원할 때 종류에 따라 각각 신청해야 됐으나, 5월1일부터는 한번의 신청으로 출원이 가능하게 됐다.

상표등록출원에 대한 심사는 9개월로 기한이 확정됐고, 상표등록거절 등에 대한 불복심판은 등록거절로부터 3개월로 기한이 정해졌다.

이의제도도 개정됐다. 선권리인과 이해관계인의 경우 출원공고된 상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이유는 “상대적인 이유”로 국한됐다. ▲중국에서 등록하지 않은 저명상표를 복제, 모방, 번역해 출원한 경우 ▲중국에서 기등록한 저명상표를 복제, 모방, 번역해 출원한 경우 ▲상표에 지리표지가 명시돼 있으나 해당 상품의 출처가 해당 지역의 특산물이 아닌 경우 등이다.

이해관계가 없는 임의인의 경우 ▲상표가 중국의 국명, 국기, 국가, 군기, 훈장 등과 유사한 경우 등에 한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상표권자가 상표등록 출원을 하기 전에 이미 동일 또는 유사상품에 비슷한 상표를 사용한 경우, 기존 사용자에게 원래 사용한 범위 내에서 해당 상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선사용 항변권도 부여됐다. 이 경우 상표권자는 해당 사용자에게 적당한 구별표지를 부가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악의적인 상표권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법이 정한 손해배상금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배상금을 부과한다는 조항도 추가됐다.

한 변호사는 “이번 개정으로 우리 기업이 보다 빨리 상표를 등록할 수 있게 되고, 손해배상을 받는 경우에도 배상금이 증액돼 유리한 측면이 많다”며 “유의사항을 잘 숙지해 개정법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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