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신동화 간사

우리는 지난 2년간 IMF 이후 최악의 경제활동 위축으로 인해 다수 경제주체들이 빚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왔음을 알고 있다. 코로나19는 유행기를 거치면서 자영업자 부채는 1000조원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특히 저소득층 자영업자 대출잔액이 연 20% 수준의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자영업 대출잔액의 절반 이상이 다중대출일 정도로 소상공인 부채는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악화됐다. 이에 올 초 대선 국면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대다수 대권 후보자들이 정부의 책임과 재정지출과 ‘온전한 손실보상’, ‘채무탕감’ 등을 약속했다. 새출발기금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만들어졌다.

기대와 우려 공존하는 새출발기금…소상공인 대변 미흡

그러나 ‘그 이상 과감한’ 채무조정 운영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새출발기금 재원의 대부분은 금융기관 등의 출연에 의존할 것으로 보이므로 기금 운영방안에서도 금융기관의 이해가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환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부실우려 차주의 채권’이나 ‘담보채권’에 대해서는 채권매입이 아닌 중재형 채무조정도 가능하도록 해 금융업계의 이익 여지를 남겨주고 있는 점, 금융기관 채권매입 시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보증한 채권을 중심으로 이뤄져 지역신보에 상당한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이 그러하다.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구체적인 채무조정 기준에 대해서는 비공개한다는 것, 또한 소상공인을 위한 채무조정 기준을 만들고 책임질 기금 운영진에 소상공인을 대변할 이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1명에 불과하다는 것도 그렇다.

결국 새출발기금이 소상공인 채무 청산과 새출발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다양한 소상공인과의 상시적인 소통 창구를 마련해 그 입장을 적극 반영하고, 보다 채무자에게 우호적인 방향의 운영기준을 마련해야 하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입하는 채권의 보증 현황을 잘 통제해 지역신용보증재단에 과도한 비용이 전가되지 않도록 함 역시 물론이다. 

새출발기금이 소상공인 채무 청산과 새출발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 과감한’ 채무조정 운영방안이 있어야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새출발기금 한계, 공적채무조정제도 재정비로 보완해야

새출발기금과 같은 배드뱅크의 설립이 다수의 채무를 신속·일괄적으로 처리·관리하도록 함으로써 소상공인의 짐을 덜어내는데 나름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채무조정비율 등을 정함에 있어 금융기관과의 협약이 필요하며, 협약을 맺지 않은 금융기관이 보유한 채권에 대해서는 채무조정 자체를 실시하기 어렵다는 점, 최장 10년의 장기상환으로 채무청산과 새출발이 늦어지는 점 등 한계도 보인다. 새출발기금이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나 손실보상을 받은 차주,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받은 채무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각지대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한계점은 기존의 공적채무조정제도로 보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개인회생·파산절차의 지역적 격차를 해소해야 하고,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제도운영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채무자의 소득·자산 등 상황에 비춰 합리적인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신용회복위원회와 캠코, 지역금융상담(지원)센터, 법원 등 기관 간 연계를 강화해 채무상담-분류-청산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체계적인 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 그리고 2021년 7월 이전의 손실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도록 한 현 손실보상제도에 대해 위헌성 논란이 제기된만큼,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도 시급하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신동화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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