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서, 또 수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서, 무역적자가 좀 발생하고 있지만, 연말 누적 기준으로 해서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도어 스테핑에서, 경상수지 흑자를 언급하면서 “연말 누적 기준”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경상수지 흑자는 지금껏 정부가 강조해온 지점이다. 특히 9월까지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커지자, 대외건전성에 이상이 없다는 지표로 경상수지가 지금껏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왔다. 

실제로 대외건전성 지표로 재화의 수출입만을 반영하는 무역수지에 비해, 재화는 물론 서비스교역과 해외투자 소득 등 대외부문과의 경제적 거래를 포괄하는 경상수지가 대외건전성 확인에 더 유용한 지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30.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통상 외국인 배당 등으로 4월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곤 하는데, 4월 이외의 달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한 것은 10년만의 일이다. 

이상신호는 7월부터 있었다. 7월 경상수지는 10.9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6월(56.1억 달러)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7월(77.1억 달러)에 비하면 7분의 1 수준의 급감이다. 특히, 상품수지(해외 생산품 수출입까지 포함한 지표)는 7월에 이미 11.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8월 들어서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가 모두 적자로 전환했다. 상품수지는 44.5억 달러 적자로, 7월보다 30억 달러나 적자 규모가 늘었다. 

상품수지를 구성하는 수출은 지난해보다 7.7% 늘었으나, 수입이 30.9% 급등하면서 적자 규모가 커졌다. 수출에서는 선박(-28.1%)과 정보통신기기(-16.0%), 반도체(-7.0%)가 지난해 8월보다 크게 감소했다. 반면 석유제품(111.8%)과 승용차(38.2%)의 수출은 늘었다. 

수입의 경우 원자재(36.1%), 자본재(16.4%), 소비재(28.2%)가 모두 증가했다. 

서비스수지의 경우 7.7억 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8월(8.4억 달러 흑자)에 비해 낙폭이 컸다. 원인으로는 지식재산권 사용료 지급 증가가 꼽힌다. 8월 지식재산권 사용료는 12억 달러 적자로, 지난해 8월(2.8억 달러 흑자)보다 크게 악화됐다. 이 밖에 여행에서도 9.7억 달러 적자로, 지난해(6.1억 달러 적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여행의 8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52.3억 달러 적자로, 지난해(41.1억 달러 적자)보다 10억 달러 이상 적자가 늘었다. 

◇“경상수지 흑자 이어지나 월별 변동성 확대”=경상수지가 불안정한 추이를 나타낸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다. 문제는, 이같은 이상신호가 예견된 문제라는 점이다. 역대 최대규모의 무역적자가 경상수지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경연은 지난 8월 ‘KERI 경제동향과 전망:2022년 2/4분기’ 보고서에서 “경상수지는 수출 증가폭을 뛰어넘는 수입의 급증과 서비스수지 적자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883억 달러에서 올해 480억 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9월 한국은행의 ‘최근 무역수지 적자 원인 및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는 “경상수지의 경우 무역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무통관수출 확대, 본원소득수지 흑자 등으로 연간 흑자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나, 당분간 월별로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대외요인이다. 보고서는 “올해 하반기 이후 유가 전망과 글로벌 경기여건을 감안할 때 올해 무역수지 적자는 역대최대 수준이 될 전망이나, 국제유가가 안정될 경우 무역수지는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관건은 수출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출 확대를 통해 경상수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교역여건상 주력 산업의 해외생산 확대가 불가피하더라도 국내 투자여건 개선 및 혁신생태계 조성을 통해 국내 기반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