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및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치(5.2% 및 3.7%)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경기둔화에 따른 하방압력에도 불구하고 환율상승, 주요 산유국의 감산 등으로 상방 리스크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

12일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2.50%에서 3.00%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한번에 0.5%p를 올리는 ‘빅스텝’은 올해 들어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금통위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상승으로 인해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과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정책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고물가 대응 이외에 고환율 추이와 외환리스크 증대도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로 제시한 점이 눈에 띈다. 

앞으로의 방향 역시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 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경기둔화”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지만,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고물가에 외환 리스크까지=고물가에 외환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기준금리의 빅스텝 인상은 예상된 바였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과 7월 두 달 연속으로 6%대까지 치솟은 뒤, 8~9월에는 5.7%와 5.6%를 기록했다. 최근 석유류 가격 오름세 둔화에도 개인서비스 및 가공식품 가격의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5%대 중후반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는 분석이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한은 금통위는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환율상승의 영향 등이 추가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 급등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9월 들어 1400원을 돌파한 환율은 한때 1440원을 웃도는 등 불안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금융시장에서는 미 달러화 강세와 엔화, 위안화 약세 등에 영향받아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하고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순유출되는 등 외환부문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에 KDI 등은 한미 금리역전 상황에도 외국인 자본유출이 심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율 불안 등을 이유로 한미 금리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데, 금통위 역시 이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둔화도 수면 위로 부상=문제는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통위 역시 명시적으로 경기둔화를 언급했다. 

최근 들어 장기시장금리는 큰 폭으로 상승했고,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또, 가계대출은 소폭 감소하고 주택가격은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추이는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세계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 지속, 미 연준의 긴축 기조 강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경기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달러화 강세 기조 강화로 주요국의 통화 가치가 절하된 가운데 장기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금융불안이 나타났다. 

금통위는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국제원자재가격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 향방,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및 미 달러화 움직임,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경제는 소비가 회복 흐름을 이어갔지만 수출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성장세가 둔화된 추이다. 9월까지 6개월 연속 무역적자에 10월에도 무역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연간 무역수지도 적자로 확정적이다. 

한은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둔화, 금리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은 지난 전망치(2.1%)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경기둔화에서 나아가 내년 경제성장이 부진할 것이란 예상까지 나왔지만, 한은 금통위는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결국 고물가·고환율·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둔화까지 겹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