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현재와 같은 복합 경제위기에 일시적으로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이 쓰러지지 않도록 정책자금 지원 확대 등 적극적인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금융권도 기준금리 인상폭 이상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

지난 12일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결과 기준금리가 3.0%까지 올랐다. 이날 중기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정부에 시급한 대책마련을 요청하면서, 금융권에도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입장문을 통해 정부에 “금융권이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하지 않도록 지침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인해 경영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소상공인마저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현재의 소상공인 대환대출 대상을 사업자대출 외에 사업주개인대출까지 확대 적용하고, 추가 정책자금 등 세심한 금융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준금리 인상은 모두에게 고통이지만,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업계의 현실이 위태롭다. 중기중앙회는 최근 자체 조사를 근거로, 중소기업 99.6%가 고금리 리스크 대응방안이 전혀 없거나 불충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연구를 인용해 기준금리가 3%로 인상될 경우 한계 소상공인은 124만2751개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통화당국은 앞으로도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고물가 상황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물가상황이 더욱 심각해 연준이 한국보다도 더 급격한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까지 불안해진 상황이다. 미국보다도 기준금리가 낮은 한미 금리역전 상황에서 환율 불안에 자본유출 우려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정부는 경착륙을 막아 충격 확산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우량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까지 기준금리 인상의 여진에 타격을 입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경제 전반의 체력이 약화될 우려가 커진다. 취약계층 중심으로 대응수단 강구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당부는 지난 6월 이복현 금감원장의 말 이후 찾아볼 수 없다.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라면,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앞서 지난 5월 전후로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임금인상 자제 같은 강도 높은 요구를 수 차례 쏟아낸 바 있다. 가격인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 역시 다양한 경로로 수 차례 표명해왔다. 그러면서 유독 대출금리에서만은 시장 개입 최소화라는 원칙을 앞으로도 지켜 나가겠다는 취지라면, 임금과 가격 인상 자제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기업과 월급쟁이들이 납득하기 힘들 일이다.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기조와 대출금리 인상 자제라는 메시지 사이의 충돌을 우려할 수도 있지만, 소상공인 대환대출 등 이미 시행중인 정책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논리다. 취약계층 등의 개별 상황에 맞는 충격 완화 방안이 시행중이니만큼, 대출금리 인상 자제라는 메시지도 내용을 세밀하게 다듬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한다면 시행 못할 일이 아니다.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와 환율 불안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요구에 정부가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존의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원의 사각지대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기울여, 경착륙과 고통확산이라는 가장 우려스러운 결말을 반드시 피할 수 있도록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