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3개사의 광고에 대해 대표이사 고발 등의 제재를 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전원회의를 통해 애경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 1명, SK케미칼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 2명을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애경산업, SK케미칼, SK디스커버리 등 3개사가 CMIT와 MIT 성분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객관적인 근거 없이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한 제품으로 거짓·과장해서 광고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시정명령(공표명령, 광고삭제 요청명령 포함)과 함께 과징금 총 1억1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해 제재 여부를 심사하면서, 인터넷 신문기사 3건을 처분시효 도과 등의 이유로 심사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공정위가 이를 심사대상에서 제외한 행위가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지난 9월29일 위헌으로 결정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확인 결정에 따라 공정위는 6년만에 사건을 재조사했고, 제품의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실증 및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독성물질을 함유한 제품에 대해 ‘안전’, ‘무해’하다고 광고한 행위에 대해 제재를 결정했다. 

◇“인체 무해한 항균제 사용” 광고=공정위에 따르면, SK케미칼과 애경은 긴밀하게 상호 협의 하에 CMIT와 MIT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개발하고 각자의 상표를 제품명에 반영해 2002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제품을 출시했다.

애경은 2002년과 2005년 출시한 제품이 “인체에 무해한 항균제를 사용한 것이 특징”, “인체에 안전한 성분으로 온 가족의 건강을 돕는다” 등으로 인체에 안전하고 건강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이 내용이 그대로 인터넷신문 기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됐다. 

이후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살균제의 출시와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하자, 판매를 중단하고 같은 해 9월부터 제품 수거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애경의 제품 수거는 수거가 용이한 직거래처 위주로 진행되고 그나마도 2011년과 2012년에 수거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을 뿐이어서, 이후 전국의 소매점에 장기간 이 사건 제품이 판매 가능한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제재 대상이 된 제품은 2013년 4월 소비자에게 판매된 내역이 있고, 2013년 2247개를 비롯해 2014년(486개), 2015년(489개), 2016년(39개)가 시중에 유통돼 애경이 수거한 사실이 있다는 설명이다. 2017년에도 소매점에 진열된 제품이 수거되거나, 구매된 사실이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같은 제품 광고에 대해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표시광고법 상 위법이 인정되려면 광고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등의 거짓·과장성이 있어야 하며, 이로 인해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선택을 방해해 공정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야 한다. 

공정위는 “이 사건 제품의 인체 무해성·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실증된 자료가 없고 오히려 인체 위해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경과 SK케미칼이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한 제품인 것처럼 광고한 행위는 객관적·합리적 근거 없이 사실과 다르게 광고한 것으로 거짓·과장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근거로는 “과거 유공(1997년 SK로 사명 변경) ‘가습기메이트’ 출시 당시 안전성의 근거로 주장된 서울대 실험보고서에 의하더라도 가습기메이트의 안전성이 검증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해 가능성이 있다고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또, “실제 이 사건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들의 폐질환 등 인체 피해가 발생”했고, 환경부는 2012년 9월 CMIT와 MIT 등 가습기살균제 성분을 유독물로 지정하는 한편, 2015년 4월부터 이 사건 제품을 사용해 폐 손상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게 정부보조금을 지급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19년 12월 발간된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 노출재현실험 보고서’(환경부 용역 보고서) 역시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CMIT와 MIT 함량 정보를 고려한 제품 위해도를 평가한 결과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제품의 위해 가능성 또는 안전성 등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 사업자가 제시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광고한 내용을 신뢰하여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 사건 광고를 접한 소비자들은 이 사건 제품을 인체에 안전한 제품으로 인식하거나 오인할 우려가 있으며, 그로 인해 합리적인 구매 선택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가습기살균제 광고의 위법성을 결론내렸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