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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탈동조화 계속 되겠지만, 한계 있을 것” 미국과 중국 상호 무역비중 감소…“무역 규모보다 질적 변화 클 것”

기사입력2022-11-07 11:3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해 미중간 무역규모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시작된 무역전쟁의 여파로, 상호 무역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의 변화 방향은, 규모 변화보다 질적인 변화가 더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미중 무역전쟁 4년 경과 및 전망-양국 무역비중 및 탈동조화 검토’ 보고서를 보면, 미중간 무역은 2018년 6823억 달러를 기록한 후 감소하다 2021년 6915억 달러로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또,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2% 증가한 3647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 무역에서 중국의 비중은 올해 상반기 13.5%까지 감소했다. 2017년 16.6%로 정점에 도달한 후, 2019년 13.7%까지 감소했고 2020년(15.1%) 반등했지만 이후 다시 줄어드는 추세다.

보고서는 “2020년의 경우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이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중국이 빠르게 경제를 정상화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무역 비중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무역 중 미국 비중도 2017년 14.3%에서 올해 상반기 12.5%로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2019년 11.8%까지 줄어들었다가 2020년 12.6%로 반등했지만, 이후 다시 하향추이로 돌아섰다.

2017년에 비해 올해 상반기 수입 비중에서 미국 비중이 1.6%p 감소하는 동안 EU가 2.2%p, 아세안 0.7%p, 인도와 대만 0.5%p 순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2.2%p, 베트남은 1.7%p 감소했다.

◇관세전쟁·불매운동에 공급망 재편까지=미국은 2018년부터 4차례에 거쳐 3600억 달러 규모의 대중 수입에 최대 25%의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화웨이 등을 수출통제 리스트에 등재해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외에 중국산 통신장비 및 전력장비 제재,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 등을 발효하는 등 제재에 나섰다.

중국도 13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수입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의 수출통제 리스트와 유사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자국 체제 및 제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국가 또는 기업을 제재하기 위해 수출통제법, 외국법의 부당 역외적용 방지법, 반외국제재법 등의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수출입을 통제한 미국과 달리 중국의 제재는 효과가 미미했다. 대만에 무기를 공급한 미국 군수기업 대상 제재도 사실상 중국과 거래가 미미해 실익이 없었다.

오히려 불매운동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중국은 신장산 목화에 대한 강제노동 논란을 이유로 H&M,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불매운동 대상 기업들의 매출이 감소하고 중국 토종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했다.

미국과 중국의 상호 무역비중 감소 현상이 심화될 수 있고, 미중 무역은 규모 변화보다 거래분야와 질적인 변화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의 대응전략 모색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중 탈동조화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되겠지만, 한계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관세전쟁과 불매운동에 이어 세계경제의 큰 불씨가 된 것이 공급망 재편이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중국산 부품 사용을 문제 삼으면서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결과, 공급망 디커플링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와 과학법’을 통해 자국내 반도체 투자 기업에 대규모 세제지원을 약속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 및 배터리의 북미 지역내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또, 인도태평양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견제하고, 참여국과의 공급망 재편 및 통상규범을 제정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협상을 주도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대만에 칩4 동맹을 제안했고,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성 제고를 목포로 11개국이 참여하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도 출범시켰다.

보고서는 중국 역시 2020년 제시한 쌍순환 전략을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강조하고는 있으나, 실제로는 경제정책의 방점이 수출에서 내수로 이동한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 내 공급망 수직계열화가 시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통해 핵심 부품과 소재 자급률을 2020년 40%에서 2025년 70%까지 견인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핵심자원 확보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미국과 중국 탈동조화, 어디까지 가능한가=보고서는 미중 탈동조화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되겠지만, 한계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종전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이 대중 수입은 줄이고 수출은 늘려 무역적자를 해소하고자 했다면, 바이든 정부에서 핵심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를 목표로 하고 있어 차이가 있다.

특히, 글로벌 생산공장으로서의 중국의 역할을 축소하고 미국의 생산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대규모 연방재정 지원을 포함한 산업정책을 통해 리쇼어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 축소를 시도 중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주요국에서도 높은 중국 의존도의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으나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달리 대중국 통상정책에서 온도차가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 배제보다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초점이 있으며,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디커플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이 칩4 동맹으로 거론하는 한국과 일본, 대만 모두 수출과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상회하고 있다. EU 역시 수입의 2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은 글로벌 기업의 주요 생산거점이자 판매시장으로 기업 입장에서 중국의 완전한 배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배제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은 규모와 성장성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 중 하나이며, 글로벌 기업의 주요 매출처로 자리 매김”했다며,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거점으로 거듭난 것은 시장논리에 따른 결과로, 인위적인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인공위성 수출통제 사례에서와 같이 디커플링 전략은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리는 측면에서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중국의 추격을 완전히 차단할 가능성은 불분명”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한국무역협회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경제안보, 안정적 공급망 확보와 같은 개념이 새로운 통상질서로 부상하며 미중 상호 무역비중 감소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면서, “향후 미중 무역은 규모 변화보다 거래분야와 질적인 변화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의 대응전략 모색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