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은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즉 예술행위라 해도 공공 안전을 해치는 행위이라면 ‘법’으로써 ‘쥐벽서’를 잡아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예술의 자유를 단지 공공복리를 위해서 못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헌법 제37조 제2항 단서에서는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즉, 예술의 자유가 공공복리를 해친다 해도 “본질적인 내용”인 예술을 금지하는 효과가 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예술을 금지하는 결과가 되면 안되고, 질서유지나 공공복리를 위한 법이 있을 때만 잡아갈 수 있어요”

가. 기본권 보장의 제한 원리 1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만 가능”(헌법제37조제2항전단)

그런데 질서유지, 공공복리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국가안전보장이란 국가의 독립, 영토보전, 헌법과 법률의 기능, 국가기관의 유지 등을 의미하며 예로 형법, 국가보안법, 군사기밀보호법 등이 있습니다. 단, 국가안정보장을 위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소극적 목적을 위해서만 가능하며, 필요최소한의 정도로 그쳐야 합니다.

질서유지란 광의로 이해하면 국가질서, 민주적 기본질서가 포함되겠지만 국가안전보장과 별도로 질서유지를 두고 있으므로 협의로 이해하여 타인의 권리유지, 도덕질서유지, 사회의 공공질서유지 등의 공공 안녕질서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에 의한 제한의 경우에도 소극적인 현존 질서유지를 위해서만 가능하며, 적극적 복리증진을 위해서는 불가능합니다.

공공복리란 소극적인 질서유지를 넘어 사회구성원 전체를 위한 적극적인 공공의 이익 실현으로써 국민 공동의 행복과 이익을 의미합니다. 즉 국가안보, 질서유지와는 달리 적극적 복지향상을 위해서도 기본권 제한이 가능합니다. 단, 이때에도 가능한 한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기본권 제한의 남용을 방지해야 합니다.

또한 ‘필요한 경우’란 그 제한이 불가피한 경우를 말합니다. 따라서 ‘질서유지’나 ‘공공복리’의 개념은 “아주 제한적”으로 해석돼야 하는 것이지요. 즉 국가의 존속 및 자유민주주의에 위해를 주거나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로 한정돼야 합니다.

나. 기본권 보장의 제한 원리 2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헌법제37조제2항후단)

설령 위의 조건에 해당된다 해도 예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금지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는 어떠한 경우를 말하는지, 그러한 침해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는 것인지 등에 관하여는 전적으로 헌법해석론에 맡겨져 있어서 일반인들이 알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의 경우 예술표현의 제한이 가능한 유형으로는 위법행위의 선동, 도발적 언사, 음란, 명예훼손, 기만적 부실설명이며, 이에 따른 사법심사의 기준도 확립돼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기밀, 범죄나 공공질서의 교란, 국가질서 파괴의 선동, 공중도덕 및 사회윤리의 위배 등 지난번에 살펴 본 ‘이하’ 작가나 ‘쥐벽서’의 경우도 범죄로써 보호되지 못하는 경우가 되는 등 제한의 범주가 넓은 편입니다.

제한의 경우도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는 관점에 따르면 위 2개의 사례는 지나친 예술의 자유 제한 사례라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1)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징적 행동이 표현행위로서 헌법상 보호받기 위한 기준’

미국 수정헌법 1조는 “모든 종류의 평화로운 표현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였습니다. 미국연방대법원의 ‘상징적 행동이 표현행위로서 헌법상 보호받기 위한 기준’으로는 (1)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 (2)청중에 의한 메시지의 이해가능성 (3)그 행위의 상황이라는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때에 대한 기준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경우에 대한 기준도 있습니다. ‘오브라이언 테스트’라고 하는데요.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규, 규제는 (1)정부가 위임받은 권한에 속하는 것이어야 하고 (2)중요하거나 상당한 정부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3)정부의 이익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과 무관하여야 하며 (4)꼭 필요한 이상으로 국민의 권리를 제약하지 않아야 합니다.

3)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이론

또한 미국 대법원은 ‘솅크 사건’에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는 기준을 정립했습니다. 이는 심각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해악이 발생할 경우에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가능하다는 원칙입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이론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 기준을 보면 금지되어야 할 “선동”을 좁게 정의했습니다. 이는 (1)급박한 해악 (2)위법행위를 일으킬 가능성 (3)급박한 위법행위를 초래하려는 의도라는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표현을 제한하게 된다. 즉 표현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률상 금지된 해악을 초래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명백’이란 표현과 해악 발생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존재함을 ‘현존’이란 해악의 발생이 시간적으로 근접함을 의미합니다. ‘위험’이라 함은 공공의 이익에 대한 실질적 해악의 발생 개연성을 말하며 ‘실질적’이란 말은 단순히 사회불안, 불편, 불쾌를 가져온다 든가 공중을 다소 곤혹에 빠지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해악이 극도로 중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만 제한하여도 좋지 않을까

사실 많은 현대 예술가는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소통함으로써 넓은 의미의 정치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즐거운 것만을 위해 예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적에 대항하는 공격적인 무기이기도 한 것이죠. 다시 낙서 예술의 본질을 살펴봅시다. 평화로운 시기에는 무질서를 선동하는 것 같은 낙서 예술이지만, 나치 시기에는 나치를 풍자하기도 하였습니다. 현대예술 이론에서는 예술이란 순수하게 미 자체를 추구하고 표현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목소리로서의 존재가치도 있다고 주장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공공질서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법익형량 시 예술의 가치를 조금 더 높게 사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LG전자 개인정보 Compliance Task 김별다비 변호사, curatorstu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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