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하고, 회사를 검찰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계열사의 부품을 비싸게 구매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부당하게 몰아줬다는 이유에서인데, 이를 통해 해당 계열사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등 총수일가 2명에게 2년간 108억원 규모의 배당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한국타이어에 핵심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를 수직계열화하는 과정에 특수관계인이 상당한 지분을 취득한 후 그 계열사에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가격 정책을 시행하는 방식을 통한 부당내부거래를 제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약 4년의 기간 동안 원가가 과다 계상된 가격산정방식을 통해 타이어 몰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한국프리시전웍스를 지원했다. 타이어 몰드는 타이어 패턴 디자인, 무늬, 고객사 로고 등을 구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틀이다. 

한국프리시전웍스의 과거 이름은 MKT로, 인수를 통해 2011년 10월 한국타이어 그룹에 계열 편입됐다. 올해 5월1일 기준으로 조현범 회장이 회사 지분의 29.9%, 조현식 한국타이어 고문이 20.0%,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50.1%를 보유하고 있다. 

총수일가인 두 주주는 MKT로부터 2016년과 2017년 2년간 총 10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받았다. 공정위는 “MKT가 수취한 이익은 MKT 인수 시 발생한 차입금 상환과 MKT 주주인 특수관계인들에게 지급된 배당금의 원천이 됐다”고 지목했다. 

◇매년 40% 이상 매출이익률 실현할 신단가 적용=공정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MKT 계열편입 직후부터 2013년까지 기존 단가 체계를 유지한 채 거래물량을 증대시켰으며, 이로 인해 인수 이전보다 크게 영업실적이 개선됐다. MKT의 연평균 매출액은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144.7억원이었으나, 2012년과 2013년에는 평균 197.4억원을 기록했다. 

MKT의 이러한 영업실적은 한국타이어가 비계열사에 대한 발주 물량을 MKT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달성된 것이어서, 발주물량이 감소한 협력업체의 불만이 증대됐다. 

공정위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타이어는 비계열사에 대한 발주 비중을 다소 늘리는 한편, 타이어몰드의 가격 변별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이 사건 신단가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후 한국타이어는 2014년 2월부터 MKT가 매년 40% 이상의 매출이익률을 실현할 수 있는 신단가 정책을 수립·시행했다. 

우선, 한국타이어는 MKT로부터 매입하는 몰드에 대해 판관비 10%, 이윤 15%를 보장했다. 공정위는 “이는 동종업계는 물론 기존에 한국타이어 자신도 활용하지 않던 이례적인 방식”이라고 짚었다.  

또한, 한국타이어는 신단가표 상 제조원가를 실제 제조원가보다 30% 이상 부풀려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목표 매출이익률(40%) 이상이 실현되도록 신단가표를 설계했다는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후 신단가표 적용으로 가격인상 폭이 큰 유형의 몰드는 주로 MKT에 발주하고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가 작은 몰드는 비계열사에 발주하는 발주정책도 함께 마련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신단가표 하의 거래조건이 한국타이어 스스로 조사한 경쟁사의 가격보다 약 15% 높았고, 구단가 적용 대비 매출액이 16.3% 증가하는 등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신단가표 적용으로 과도한 가격인상 부담이 있음을 인지”한 사실이 있다며 내부 공문 중 일부를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지원은 2018년 2월 MKT의 단가를 15%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종료됐다. 

MKT는 지원받은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 매출이익률이 42.2%에 달했다. 공정위는 이것이 경쟁사에 비해 12.6%p나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으로 인해 “관련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도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 행위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지원, 사익편취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 

아울러 “수직계열화를 명분으로 한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계열회사를 지원하고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