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환율·고물가 3중고와 레고랜드 사태로 더욱 심화된 자금경색 국면에서 한계 중소기업이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유동성 위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앞세워 정책금융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난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임채운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가 9일 개최한 중소기업소상공인 유동성 위기대응 긴급 토론회에서 중소기업 금융지원 및 회생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중소기업의 경영상황에 맞는 유형별 금융지원과 더불어 경쟁력 강화 방안이 병행돼야 하며, 폐업·생존 기업 투트랙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상승…기업부담 증가=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민간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상황에서, 금리마저 빠르게 상승하며 지난해 말 기준 기업부채 2355조원에 대한 대출이자 부담이 증가하고 상환능력도 약화돼 향후 우리 경제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피해가 장기화되자 대출부담 완화를 위해 만기연장·상환유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20년 4월부터 현재까지 6개월 단위로 네차례 연장됐다. 올해 4월말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적용받은 중소기업 차주는 9만6846개사다.

유예기업의 전금융권 여신은 284조1000억원으로 이중 92.7%인 263조3000억원이 은행대출이다. 전체 유예기업 중 자산건전성이 정상이 아닌 기업은 7769개사로 여신금액은 11조7000억원 규모다.

기준금리가 상승되면서 중소기업 대출금리도 지속적으로 상승해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6월 2.85%였던 중기대출 신규취급금리는 올해 7월 4.36%까지 치솟았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금리상승이 예상되고 있어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은 경영악화 요인으로 부각될 우려가 크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상황에 맞는 금융지원 필요=임 교수는 만기연장·상환유예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을 제안했다. 

우선 정상거래 유예기업에 대해서는 은행이 중소기업의 잠재력과 복원력을 평가해 자율적으로 원리금 유예, 추가 대출 등의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경영애로에 직면해 금융비용 부담이 큰 한계기업 중소기업에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만기연장과 금리인하를 시행해, 원리금 상환 및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은행의 자율지원에서 소외되는 경우 중진공·신보·기보를 매개로 저금리 대환대출을 제공해, 고금리 대출비용을 감소시켜 이자비용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함께 이들 기업에는 경쟁력 강화, 사업고도화, 사업전환 등에 필요한 시설·운전자금을 정책자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아 2~3년간 경영이 악화된 취약기업의 경우, 부실우려기업이므로 7%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중진공·신보·기보를 매개로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대책이 요구된다. 대환대출이 어려운 경우 캠코의 채무조정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3개월 이상 장기연체를 겪고 있는 장기연체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캠코의 채무조정프로그램을 통한 채무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폐업·부도 정리기업에 직면해 정리대상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의 부실채권을 캠코가 매입해 원금을 감면하는 배드뱅크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폐업·생존 기업 투트랙 지원을=임 교수는 금융지원과 더불어 경쟁력 강화 방안이 병행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드뱅크를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지원은 대출을 연장하거나 추가 대출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안정성과 금융건전성에 따라 중소기업의 유형을 분류하고, 각 유형별 맞춤형 연계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에서는 장기적으로 시장수요가 위축되고 경영활동이 제약받아 자생력이 손상된 중소기업은 금융지원과 회생지원이 동시에 제공돼야 정상화할 수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의 회생지원을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적 구조조정제도인 법정관리와 사적 구조조정인 워크아웃 등 현행 구조조정제도의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임 교수는 채무자, 채권자, 법원을 제외한 제3자가 관여하는 중소기업 맞춤형 사적 정리절차 도입을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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