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아웃렛 화재 참사발생 이후 한달도 안된 불시점검 결과, 복합쇼핑몰 87곳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 이전에도 실제 화재사고가 잇따랐고, 긴급 점검을 사전예고했음에도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대전의 대형 아웃렛 지하 하역장에서 화재사고로 7명 사망과 1명 부상 등의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지난 10월 중 전국 207개 복합쇼핑몰 등을 대상으로 긴급점검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이번 점검에는 전국의 근로감독관과 산업안전보건공단 전문가 등 총 400여 명이 참여했으며, 하역장 및 주차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와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에 중점을 두고 현장을 확인했다.

고용노동부는 전국의 복합쇼핑몰 등 대형 유통업체 650여개소를 확정하고, 이 중 지방고용노동관서에서 근로자 수, 이용객 수 및 산업재해 이력 등을 고려해 207개 복합쇼핑몰을 선정한 후 불시점검에 나섰다.

그 결과, 점검대상의 42%에 해당하는 87개 복합쇼핑몰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확인하고 시정을 요구해, 현재 개선조치가 모두 완료됐다.

시정조치 건수는 170건에 달한다. 또 총 5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910만원이 부과됐다. 과태료가 부과된 사안은 관리감독자 업무 소홀, 특별안전보건교육 미실시, 출입금지 표지 미설치, 보건관리자 미선임 등이다. 

화재 예방조치가 부실한 사례로는 ▲비상 대피로의 방향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 ▲압력이 정상범위에 있지 않은 소화기를 주차장 등에 비치한 경우 ▲비상 탈출구(계단 등)가 없는 곳에 비상구 표시를 한 경우 등이 있었다. 

안전조치 미흡사항으로는 ▲하역장에 지게차와 근로자의 통로를 구분하지 않은 경우 ▲안전모, 안전화 등 개인보호구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 ▲분전반 등 전기설비 충전부에 감전 방지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도급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조치(안전보건협의체 구성, 주기적인 점검 등)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등이 있었다. 

최태호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일부 복합쇼핑몰에서는 대전의 대형 아웃렛 화재사고가 발생한 지 1개월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해당 사고를 반면교사 삼지 못하고, 비상 대피로나 소화기 등과 관련한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소홀히 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이번 점검 결과에 따른 법 위반사항 전체를 정리해, 복합쇼핑몰 등 대형 유통업체 각 본사에 통보하고, 기업 스스로 안전 점검을 강화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도 주요 점검이나 감독의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유함으로써, 다른 사업장에서 위반·지적된 사항들도 함께 참고하여 사업장 스스로 위험요소를 개선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역장 등 사고 다발, 사전예고까지 했는데=이번 점검을 고용노동부는 “불시점검”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대규모 유통업체(복합쇼핑몰 등)를 대상으로 긴급 불시점검을 시행한다는 사실은 밝힌 바 있다. 11일부터 31일까지로 기간도 정했고, 대상이 전국 유통업체 중 200여개소라는 점까지 사전에 알렸다. 

특히, “대규모 유통업체(복합쇼핑몰 등)의 하역장·주차장 등에서 작업하는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한 안전조치와 근로자 개인이 준수해야 할 기본 수칙 등을 중심으로 산업안전보건 근로감독관이 세심히 살피면서 안전의 중요성을 알릴 계획”이라며, 주요 점검항목까지 미리 공개했다. 

주요 점검항목은 크게 작업 전과 작업 중으로 나눴다. 작업 전에는 비상구 확보, 피난·방화시설 유지·관리, 소화기 설치, 바닥 미끄럼방지 조치, 작업 통로 확보 등을 살필 것이라고 했다. 작업 중에는 자재 또는 물품 하역·운반 시안전조치, 시설물 수리·교체 작업 시 안전조치 등이 점검 대상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대전 아웃렛 사고 이외에도 여러 차례 아웃렛과 하역장·주차장에서 산재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아웃렛의 경우 올해 3월 부천에서, 4월 대구에서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하역장·주차장 산재 사고의 경우 7월 1명 사망을 포함해 7차례의 사고가 보고됐다. 

이같은 사전예고와 실제 사고 발생에도 불구하고 긴급 점검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다수 발생한 것에 대해, 대규모 유통업계가 충분한 경각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전 아웃렛 화재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찾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검토도 지시한 바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