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이지우 간사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해 많은 대기업집단은 다종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중에 핵심사업도 있지만 SI(System Integration, 시스템 통합관리), 물류, 광고업 등 누가 보아도 부수적인 사업도 있다. 많은 대기업집단은 계열사 내부 시스템 관리, 광고 등의 일감을 해당 계열회사에 줘 비용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다른 중소업체에 돌아가야 할 일을 기업집단 내부 계열사가 독점하고, 때로는 계열사에 유리한 가격정책을 펴고, 심지어는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중간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회사가 일명 ‘통행세’라고 불리는 수수료만 수취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는 모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에 해당한다. 보통 사익편취라고도 한다.

최근 검찰이 그룹 차원의 급식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삼성전자·삼성웰스토리 법인,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 전·현직 임직원을 기소했다. 급식 및 식자재 유통을 담당하는 삼성웰스토리는 과거 이재용 회장이 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의 사업부였다가 2013년 12월 물적분할 됐다. 이후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과 합병하고, 다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함에 따라 현재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다.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삼성이 2013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사내 급식 물량을 삼성웰스토리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몰아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급식 일감몰아주기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삼성웰스토리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당기순이익의 대부분인 2758억원을 삼성물산에 배당했고, 일감몰아주기로 인해 얻은 이득이 제일모직과의 합병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으로 충당됐다는 것이다.

2021년 7월 참여연대는 삼성웰스토리로의 일감몰아주기 당시 삼성에버랜드 전략사장이었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에 대한 고발요청권 행사를 검찰과 중소벤처기업부에 촉구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총수일가이자 사장으로서 이부진 사장 등이 이러한 조직적인 행위를 몰랐을 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는 사익편취의 핵심을 비껴나간 대표적인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할 수 있다.

재벌대기업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다른 중소업체에 돌아가야 할 일을 기업집단 내부 계열사가 독점하게 하는 등의 행위는 모두 공정거래법 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에 해당한다. 보통 사익편취라고도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공정위가 설령 사익편취 혐의로 총수일가를 고발한다고 해도 실제적인 처벌은 사실상 요원하다. 기업들의 행정소송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2016년 공정위는 한진그룹의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와의 부당 내부거래와 관련해 조원태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검찰 고발한 바 있다. 대한항공이 기내에서 판매하는 면세품과 관련된 수익을, 단지 구매 예약 웹사이트를 운영했을 뿐인 싸이버스카이가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해당 면세품 판매에서 대한항공이 광고 요청, 상품 배치 등 대부분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인터넷 광고 수익을 가져간 것은 조양호 전 한진 회장의 자녀인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 3인이 대주주인 싸이버스카이였다. 그러나 공정위 제재 이후 대한항공 등은 이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2017년 9월 고등법원의 취소 판결에 이어 2022년 5월 대법원까지 부당성 요건을 이유로 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애초 사익편취를 제재하기 위해 2013년 8월 공정거래법 제47조(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 당시 제23조의 2)가 신설됐을 때, 발의한 개정안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특수관계인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제상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라는 문언만 있었다. 그러나 위 조항이 내부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총수일가에게 귀속되는 모든 이익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부당하게 귀속된 이익만을 규제하려 한다는 점 등을 나타내기 위해 국회법안 심의과정에서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로 최종 수정됐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과정을 보았을 때, 별도의 부당성 심사를 한다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라는 것이 시민단체의 입장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행위 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등 싸이버스카이로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를 해야 한다면서, ‘정상가격’을 산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위반액이 싸이버스카이의 광고수입 대비 미미한 등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 등이 경제력 집중을 도모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부당성을 입증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제47조 각 호에서 명시한 행위가 성립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사익편취 및 ‘경제력 집중을 초래하거나 심화할 우려’도 자동적으로 함께 입증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또한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이러한 판결은 애초 사익편취 규제를 위한 입법취지를 몰각한 것으로, 향후 일감몰아주기에대한 공정위 규제를 기업들이 행정소송으로 무마할 가능성 대한 우려를 갖게 한다. 향후 법원은 관련 판결시 ‘부당한 이익’이라는 표현에 집착해 이익 규모 등을 따지기 보다는 아직도 정착되지 않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제대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일감몰아주기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개인 회사를 대상으로 발생한다. 그래야만 해당 이익이 총수일가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 승계 등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의 의식 흐름의 근저에는 ‘회사는 총수의 것’이며, 창업주의 자식이 회사를 물려받아야 한다는 일종의 전근대적 불문율이 깔려있다. 물론 2·3세의 재벌 경영능력을 굳이 왈가왈부하지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회사 승계는 불법이 아니고, 지탄받을 일 또한 아니다. 상속세 등 내어야 할 세금을 제대로 낸다면야 가업상속을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나.

다만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얻은 부당한 이익을 상속자금으로 활용하는 절세(?) 행각이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하고, 이미 대기업 중심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의 각도를 더욱 넓힌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가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효과를 원한다면, 중소기업이 시장에 뛰어들어 성장할 수 있는 문을 열어젖혀야 한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총수들이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기업집단 계열사를 이용하는 일감몰아주기라는 빗장의 제거가 돼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이지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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