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21일 성명을 통해 “금융권에 또다시 ‘관치’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판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4일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 선임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10일에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징계 이후 “기본적으로 정치적이건 어떤 것이든 외압은 없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란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는데, 일각에서는 소송하지 말라는 경고로 풀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그의 이런 말 자체가 외압이고 월권”이라고 꼬집었다. “금융사들은 이미 자체적인 CEO 승계 규정과 육성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CEO를 선임하는 내부기준을 마련하고 그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특정인을 꼭 집어 연임에 영향을 미치는 소송을 하라 말라하는 것은 금감원장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우리금융지주 부실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것은 정부와 감독기관”이라고 비판했다. “사모전문운용사에 대한 인가제를 등록제로 바꿨고, 일반 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는 등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명분으로 규제를 완화”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란 취지다. 

한국노총은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후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대규모의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게 된 데는 금감원의 책임도 적지 않다”며, “운용사와 판매사에 책임을 전가하면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