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3.00%에서 3.25%로 상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0.25%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이란 예상은 시장에 널리 퍼져 있었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인상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기간에 집중돼 있었다. 그런데 금통위는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여전히 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고수하기로 했다. 

이번 금리인상의 배경에 대해서는 “높은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0.5%p를 올리는 빅스텝 대신 베이비스텝을 선택한 이유로는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에 비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0.25%p가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나 경기 둔화 정도가 당초 예상보다 크다는 등의 표현을 보면, 당분간 경기가 침체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금통위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당초보다 크게 낮춰 잡았다. 

◇경기침체 폭 크다…내년도 성장률 전망치, 2.1%→1.7%로 낮춰=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금통위의 전망은 바뀌지 않았다. 지난 8월 내놓은 2.6% 수준에 부합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문제는 내년 성장률이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소비가 회복 흐름을 이어갔지만 수출이 감소로 전환하는 등 성장세 둔화가 이어졌다. 고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둔화되었지만 낮은 실업률 수준이 이어지는 등 양호한 상황이 지속됐다”며,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1.7%로 하향했다. 지난 8월 전망치(2.1%)를 “상당폭 하회”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세계경제에 대해서는, “높은 인플레이션 및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 지속,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경기 둔화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로 위험회피심리가 일부 완화되면서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으며 장기시장금리가 하락한 사실을 거론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변수로는 “국제원자재가격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 향방,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및 미 달러화 움직임,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꼽았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주요국 통화긴축 속도 조절 기대 등으로 장기 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주가가 상승했지만, 단기금융시장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담보부 기업어음(PF-ABCP) 등의 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거래도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가계대출은 소폭 증가에 그쳤고,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음에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판단한 이유는 역시 물가다. 전례없는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물가, 5%대 높은 오름세 당분간 지속=금통위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기·가스요금 인상, 가공식품 가격 상승폭 확대 등으로 10월에도 5.7%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기대인플레이션율 역시 4%대 초반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소비자들의 향후 물가에 대해 가파른 상승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실제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금통위는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기저효과, 경기 둔화 영향 등으로 상승률이 다소 낮아지겠지만 5% 수준의 높은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치(5.2% 및 3.7%)보다 다소 낮은 5.1% 및 3.6%로 전망했다. 

그러나, “환율 및 국제유가 움직임,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전기·가스요금 인상폭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금통위는 덧붙였다. 

이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은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