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업무개시명령이 위헌적이라고 반발한 반면, 정부는 엄정 조처를 예고하며 강경대응 입장을 고수했다. 

29일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5개월 전에 약속한 합의의 이행은 그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애초 정부에게 ‘안전운임제’와 관련한 확대 및 제도화에 대한 입장과 준비는 없었음이 드러났고, 이것이 이번 화물연대 투쟁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교섭보다 강경대응을 앞세우고 있다고도 했다. 28일 화물연대와 국토부의 교섭이 있기 3시간30분 전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는 국무회의를 29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다는 발표가 나왔다는 사실을 거론했다. 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자연재해나 사회적 참사가 아닌 노동계의 파업투쟁에 대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한 사실, 국토부의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화물연대와의 첫 번째 교섭이 결렬된 점 등을 나열했다. 

아울러, “정부 스스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 개인사업자의 영업거부에 대해 정부가 무슨 권한으로 ‘강제노역’에 해당하는 영업개시명령을 내리는가?”라고 꼬집었다.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그 자체로 위법하며 위헌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기 위한 요건인 ‘정당한 사유’ 등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점,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면 소극적 직업수행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가 예상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이런 이유로 2004년 도입된 이래 단 한번도 적용이 된 적이 없고 2013년에는 이윤석 의원의 대표발의로 폐지안이 발의된 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업무개시명령이 화물연대 투쟁은 물론 안전인력 확충과 구조조정 중단, 민영화 중단을 요구하며 예정된 서울교통공사노조와 철도노조 등 노동자 투쟁의 예봉을 꺾기 위한 나쁜 의도를 가진 결정으로 규정한다”며, “오늘 의결된 업무개시명령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상황을 더욱 극한으로 몰아갈 것이 뻔한 오늘의 결정으로 발생될 결과의 책임은 전적으로 현 정부에 있음을 직시하고 이제라도 진정성 있는 자세로 노동자의 요구에 귀 기울이며 대화와 교섭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격정지부터 형사처벌까지…강경대응=하지만 대화와 교섭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발동과 함께 강경대응 기조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날 국무회의 이후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정부는 오늘 국무회의에서 국가경제에 초래될 심각한 위기를 막고 불법 집단행동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시멘트 분야의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추경호 장관은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불법 집단운송거부로 인해 시멘트 출고량이 90% 이상 급감하고, 건설현장의 약 50%에서 레미콘 공사가 중단됐으며, 일부 주유소에서는 재고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따라 시멘트 분야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 업무에 즉시 복귀해야 한다. 복귀 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운송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운행정지 및 자격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또 “화물연대의 다른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불법적 운송거부와 운송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일체의 관용 없이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강경대응 기조를 거듭 드러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업무개시명령은 운수종사자와 운송사업자를 처벌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톤을 낮췄지만, 마찬가지로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에는 운행정지 및 자격정지 같은 행정처분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까지도 동시에 함께 받게 된다”며 강경대응 기조에는 변함없는 모습을 보였다. 

2004년 도입 이후 한차례도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지 않은 데 대해서도 “그동안 발동을 안 하고 매번 어정쩡하게 타협을 하고 늘 초법적인 행태를 그때그때 무마하기 위해서 임해왔기 때문에 이 지경까지 왔다”며 타협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꺼내들고 민주노총이 이에 반발하면서, 화물연대 파업은 한치의 물러섬 없는 대립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