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자가 늘면서 집을 사무공간처럼 꾸미길 원하는 사람들도 동시에 증가했다. 이로 인해 가구 및 인테리어 관련 수요는 큰 폭으로 늘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위축이 심화된데다, 집 안에서 웬만하면 모든 걸 해결하려 하면서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가구·가전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이에 업계는 가라앉은 소비심리를 회복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

가구업계, 온라인 채널 ‘라이브커머스’에 공을 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가구소매 판매액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2008년 7조원대에서 2020년 처음 10조원을 돌파했고, 작년에는 11조원을 넘어섰다. 통계청은 국내 생활가구 시장은 2023년 1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구업계의 성장에는 ‘홈코노미’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코로나19 반사이익이 있다. 집(home)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집에서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 홈쿡, 홈카페, 홈트레이닝, 홈뷰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까지도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제품 및 서비스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며 관련업계는 급성장했다. 특히 인테리어 플랫폼 앱인 ‘오늘의집’이 홈테리어를 즐기는 사람들의 필수 앱으로 자리 잡으며 홈테리어 업계 규모를 키우는데 한몫했다. 이 앱은 콘텐츠 속 제품 정보가 궁금하면 태그만으로 제품의 상세정보 확인이 가능하고, 시공업체부터 가구·소품의 판매경로까지 알 수 있다. 이 앱은 2020년 초만 하더라도 7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했지만, 작년에는 15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오늘의집 앱을 즐겨 사용한다는 A씨는 “온라인에 올라온 다양한 인테리어들을 보며 마치 집들이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재미있다”며, “인테리어 고수들이 활용한 제품에 대한 정보부터 많은 사람의 리뷰까지 볼 수 있어 온라인으로 구매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자재·물류비 등의 지속적인 상승과 금리인상 등 최근 불거진 글로벌 경제 한파로 인해, 한 번에 큰돈이 들어가는 가구의 소비가 주춤해지면서 바로 가구업계의 매출감소로 이어졌다.

이에 업계는 B2C(business to consumer) 소비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초기에 온라인 소비시장의 특수를 경험한 업계는 온라인 매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오픈서베이가 만 20~59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리빙 트렌드 리포트 2022’에서도, 가구나 인테리어 정보를 탐색할 때 온라인 채널을 이용한다는 비율이 89.4%로 나타났다. 즉, 온라인 채널이 소비자 가구 선택에 매우 중요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온라인 채널 중에서도 라이브커머스는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는 2020년도에 4000억원 규모에 불과하던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2023년에는 10조원 상당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라이브커머스의 최대 장점은 신제품과 인기제품을 즉각적으로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라이브에서 소개된 제품에 대한 궁금증 역시 채팅으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업계에서 라이브커머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가구·가전업계가 소비위축으로 고심에 빠졌다. 온라인 소비시장의 특수를 경험한 가구업계는 온라인 매장을 강화하고 있고, 가전업계는 성능과 효율성을 넘어 ‘인테리어 능력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케아코리아는 매주 목요일 오후 4시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이케아의 홈퍼니싱 전문가들이 직접 콘텐츠를 기획, 제작, 진행하기 때문에 더 깊이 있는 정보와 팁을 들을 수 있다는 평가다.

한샘의 경우에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만든 영상 콘텐츠와 실시간 판매가 가능한 라이브커머스의 장점을 결합한 서비스로 소비자의 눈길을 잡고 있다. 온라인으로 즐기는 오픈하우스 콘텐츠와 한샘 제품 길라잡이 등을 소개하는 쇼츠(short) 영상도 지속해서 공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리바트도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운영 중이다. 가정용 가구를 비롯해 프리미엄 키친 홈퍼니싱, 사무가구 등을 판매한다. 가구 신제품 론칭쇼, 쿠킹 클래스와 같은 간접홍보를 누린 새로운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가전업계, 인테리어로 손색없는 제품 기능·디자인 강조

경기침체로 수요절벽 현상에 부딪힌 가전업체는 ‘1타2피’ 작전을 펼친다. 그동안 성능, 효율성에만 초점 맞췄던 가전제품에 ‘인테리어 능력치’를 끌어올려 공간·라이프스타일 맞춤형 제품으로 그 적용범위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색상과 분위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LG전자의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 냉장고는 가전제품을 예술제품으로 승화시켰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IFA2022에서 선보인 이 제품은 LED 광원과 광원으로부터 유입된 빛을 고르게 확산하는 도광판을 적용한 신기술을 도입했다. 도어 상칸 22종, 하칸 19종의 원하는 색상을 고를 수 있다. 도어가 4개인 냉장고의 경우 17만개가 넘는 색상 조합이 가능하다. 탑재된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음악도 즐길 수 있다.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는 공기청정기도 눈에 띈다. 14일 출시하는 ‘LG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에어로퍼니처’는 제품 하단이 360도로 공기를 빨아들이는 원통형 디자인이며, 상단은 원형과 트랙형 두 가지 타입 중에서 골라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다. 테이블 하단은 무드 조명이 있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없다.

삼성전자는 라이프스타일 TV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연 장본인이다.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로낭&에르완 부홀렉 형제가 참여한 ‘더 세리프’, 액자 효과로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더 프레임’, 세로형 스크린으로 MZ세대와 1인 가구의 관심을 받는 ‘더 세로’ 등이 있다.

실제로 가전업계의 이러한 전략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DX 부분은 3분기 기준 재고자산 27조974억원으로 작년보다 21% 늘었다. LG전자의 가전(H&A) 부문 재고는 작년 3조7642억원에서 올해 3분기 기준 3조8417억원으로 증가했다.

겨울을 맞아 지난달 난방기 ‘에코큐브 히터’를 출시한 신일전자 역시 인테리어 용품으로 손색없는 제품 디자인을 강조했다.

마치 고급 스피커를 연상케 하는 이 난방기는 곡선의 큐브 디자인으로 모던한 실내공간 연출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나 잘 어우러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맘카페에 올라온 에코큐브 히터의 후기를 보면 ‘삼성의 공기청정기와 닮았다’, ‘가격대는 좀 있지만, 인테리어 효과가 좋아 투자할만하다’라는 평가가 대다수다. 또한, 삼발이 다리를 탈부착할 수 있어 스탠드형과 테이블형 등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배치도 가능하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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